마이산 이산묘
마이산 이산묘
  • 이동희
  • 승인 2011.07.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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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내에 있는 어진박물관에서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태조 이성계의 발자취를 따라’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마이산 이산묘(?山廟)와 운봉 황산대첩비 답사를 다녀왔다.

황산대첩비는 많이들 알고 있지만, 마이산 이산묘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사당이다. 마이산 남부 주차장 못 미쳐 위치한 이산묘(시도기념물 120호)와 그 일원은 조선건국과 조선말 구국항쟁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마이산은 몽금척(夢金尺), 즉 태조 이성계가 꿈에 새 왕조 건국의 계시를 받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태조가 왕이 되기 전에 금척을 하사 받는 꿈을 꾸었는데, 황산대첩 후 귀경길에 마이산에 들러 보니 이곳이 꿈에 본 곳과 흡사했다는 것이다. 금척은 금으로 만든 자로 왕위의 신표이다. 자는 사물을 재는 자이기에 통치를 상징한다.

마이산 자락 용암 암벽에 ‘주필대(駐?臺)’라고 새겨 놓은 것은 태조 이성계가 황산대첩 후 머물렀던 곳임을 의미하지만, 나아가 조선건국의 정신을 각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필’이란 임금이 거둥하다가 머문 곳을 말한다. 마이산 은수사에는 금척을 하사받는 그림을 모신 태극전도 위치하고 있다.

용암은 조선말 1907년 의병장 이석용을 비롯한 우국지사들이 암벽 위에 황단을 쌓고 ‘호남의병 창의 동맹’을 결성하였던 곳이다. 이 동맹은 호남 최초의 의병창의동맹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곧 조선 건국의 정신이 어린 곳에서 쓰러져 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키고자 의병동맹을 결성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구국의 정신을 기리고자 1924년에 발의하여 1925년에 연제 송병선의 제자들로 구성된 ‘친친계’와 면암 최익현의 제자들로 구성된 ‘현현계’ 등, 전국의 유림들이 뜻을 같이하여 이 곳 마이산 용암 옆에 이산정사를 건립하였다. 이 이산정사가 현 이산묘의 시원이다.

이산묘에는 단군을 위시하여 태조, 태종, 고종의 어진을 모신을 회덕전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조선건국 후 충신과 유림 40인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을사늑약이후 충신과 열사 34인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산묘’ 현판은 1949년 원장으로 선출된 이시영부통령의 글씨이다. ‘대한광복기념비’ 휘호는 이승만대통령의 글씨이며 후면의 비문은 함태영부통령이 지은 글이다. 이산묘 건너편 계곡 암벽에 새겨놓은 ‘청구일월 대한건곤(靑丘日月大韓乾坤)’ 은 백범 김구의 글씨이다. 김대중대통령 친필의 ‘호남의병창의동맹단결성지’ 비도 있다.

이산묘 앞 도로 건너편 바위에는 고종 친필의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본래 이산묘에 ‘비례물동’이라고 쓴 편액이 있었다. ‘비례물동’은 『논어』에 나오는 것으로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것인데, 역으로 예라면 행하라는 것으로 고종이 의병 창의를 독려한 글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이산 이산묘 일원은 조선건국의 정신과 조선말 구국항쟁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산묘가 마이산 남부주차장 밖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들리지 않는 곳이 되었다. 불과 얼마 안되는, 조금만 걸으면 되는 거리이지만 마이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산묘를 지나쳐 버리기 십상이었다.

며칠 전 답사를 갔을 때에도, 매표소 안쪽으로는 많은 탐방객들이 있었지만 이산묘에는 우리 일행 외에 거의 사람이 없었다. 매표소가 조금만 내려와 설치된다면 마이산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산묘를 들러 갈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했다.

이산묘에 이어 찾은 남원 운봉 황산대첩비지도 사람들이 없기에는 마찬가지였다. 황산대첩비지 옆에는 또 판소리 명창 송흥록과 박초월 생가터가 복원되어 있었지만,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문화관광산업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지켜내려 했던 정신도 우리가 보존하고 후대에 전해주어야 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더구나 이산묘는 관광자원으로서 가치와 입지조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매표소와 주차장이 조금 내려와, 많은 사람들이 이산묘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ㆍ어진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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