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종합〕호남 표 없다, 한나라당 노골적 호남 무시
〔정치종합〕호남 표 없다, 한나라당 노골적 호남 무시
  • 박기홍
  • 승인 2011.07.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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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서 호남은 의석이 나오기 힘든 만큼 표를 받을 수 있는 충청권에 집중하자는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호남 내치기’ 시도가 알려지면서 도내 당원들이 발끈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고군분투해온 한나라당 도내 당원들은 “호남 표가 없을수록 중앙당이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호남배제 시도 논란: 한나라당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개최하고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논의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를 받을 수 있는 충청권에 집중하자”며 호남권 최고위원 없이 충청 인사인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지명직 최고위원 2명에 지명하자고 제안했다. 통상적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은 호남권과 충청권 몫으로 알려져 왔다.

홍 대표는 당내 호남대책위원장을 두고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지명직 최고위원의 호남 배제는 호남을 표로만 계산하려는 무시 처사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최고위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위원들도 “호남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충청권 2명 최고위원 제안에 강하게 반대했다는 전언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직접 기자 간담회를 갖고 “홍 대표는 현재 총선을 책임지는 대표로서 총선에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충청에 집중하겠다는 논리를 펼쳤고, 이에 대해 다른 최고위원 전원은 호남권을 무시하는 인사를 해선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 전원이 이렇게 ‘호남 무시’ 인사를 해선 안 된다. 충청권에 지명직 최고위원이 둘이나 가는 것에 대해 온갖 억측과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홍 대표의 주장에 다른 사람들이 반발하는 논란이 벌어졌고, 의견이 장시간 평행선을 긋자 8월 8일 이후 재협의하기로 했다.

■ 전북 당원 부글부글: 홍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충청권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내 당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사이에서도 “대단히 잘못된 발상이며 신중하지 못한 논리”라며 “지역민들의 큰 저항이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북 등 호남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상황에서 되레 호남을 내치겠다는 논리를 편다면 누가 호남에서 한나라당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당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전주지역 후보들의 경우 ‘마(魔)의 10%’에 진입하는 등 민주당 텃밭에서 한나라당 기반이 확충되고 있다”며 “중앙당이 전북 당원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마저 깨뜨리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중앙당에서 호남을 내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오죽하면 다른 최고위원들이 ‘호남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반대했겠느냐”고 말했다. 도내 당원들은 “한나라당이 전국 정당화하려면 호남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며 “지명직 최고위원도 호남 몫으로, 호남에서 소외됐던 전북 출신을 배려하고 도당위원장 문제도 서둘러 진화하는 등 호남을 존중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기홍기자 k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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