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보다 더 웃기기
개콘보다 더 웃기기
  • 김진
  • 승인 2011.07.27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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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총장 후보자가 딸이 친한 친구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해서, 배우자와 딸을 이웃학군으로 위장전입 했다고 해명하자, 누리꾼들의 풍자가 빗발치고 있다. 이를 접한 어느 트위터는 언제부턴가 공직자의 필수요소가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기기’인 것 같다며 쓴 소리를 했다. 또 어느 평론가는 박은경 前환경부장관 후보자가 땅 투기 논란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는 해명을 되씹으며, 현 정부에는 정말 웃기는 얘기가 많다고 조소했다. 아마 앞서 트위터가 지목한 <공직자>는 <일부 고위공직자>를 일컫는 게 지나치게 표현된 것 같다. 만약 그의 표현이 <일부 고위공직자>라면, 정말 그들의 말장난이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기는 것 같기도 하다. 



오지랖도 넓은 정부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래서 지난 정부의 업적으로 평가되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퍼주기 식 대북정책’이었다고 폄하했다. 그리고 이어진 박왕자씨 피격사망사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관계는 단절됐다. 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광복절기념사에서 통일세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야당과 논객들은 그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필자 역시도 걱정은 된다. 다른 정치·외교적 측면의 우려도 많겠지만, 그에 앞서 당장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염려된 것이다. 이제는 금겹살이라 불리는 삼겹살 값은 몇%나 올랐는지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기름 값 때문에 운수·운송업, 세일즈, 출퇴근에 농·어업까지 모두가 발이 묶일 지경이다. 거기에 까딱 숨만 쉬고 있는 종업원 5인 이상 20인 이하의 사업장들마저 ‘주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어, 자영업자들이나 영세사업체들은 호흡기 뗄 날만을 세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들의 실정이 이러한데 뜬금없이 통일세 이야기를 꺼내 것이다. 통일세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당장 과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얘기를 들어보고 국민들을 논의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큰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장 제 할 일도 다 못하면서 다음에 거둘 세금까지 걱정하다니 참 오지랖도 넓다.


 <1조 클럽 특별과세법>을 만들자

당장 현안을 보자. 이젠 눈덩이가 아니라 산사태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서민들의 숨통을 죄는 고물가, 전·월세 난, 대학 반값등록금문제, 그리고 고위직들이 관련되어 국민들에게 상실감과 분노를 사고 있는 복마전 같은 저축은행 비리 등 당장 해결해야 할일이 얼마나 많은가! 밤낮없이 뛰어도 임기 내에 마무리가 어려울 것이다. 한데 앞으로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 내라는 것을 왜 지금 얘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통일비용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걱정이 많다. 어차피 모두가 국민들의 몫임도 안다. 하지만 조세정의에 어긋난 MB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서운함도 크다. 어차피 요즘 정부당국자나 고위공직자들도 개그보다 더 웃기는 얘기를 많이 하니까, 나도 웃기는 얘기 하나 하자. 통일에 대비해 돈이 필요하면 통일세를 걷자. 대신 세금 낼 수 있을 만큼 벌고, 세금 낼 수 있을 만큼 가진 부자들에게 걷자. 그러기 위해서 <1조 클럽 특별과세법>을 만들자. 우리나라에는 돈 많은 부자들이 많다. 4월5일 종가 기준으로 1천억 원 이상 주식부자는 171명이다. 그리고 1조원을 넘은 이른바 ’1조 클럽’ 주식부자도 15명에 이른다. 또 대한민국에서 1년에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1조 클럽> 대기업들도 320개가 넘는다. 그렇게 많이 벌고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거둬서, 혜택은 온 국민에게 고루 미치게 하는 것이 조세정의다. 조세정의가 바로서는 나라에서 살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 이 땅의 서민들은 세금을 더 낼만큼 돈 벌 방법이 없다. 세금내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낼 돈이 없어서 하는 말인데 잘나고 똑똑한 정치인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김진(경희대 객원교수 / 전북생활체육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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