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도시개발
물과 도시개발
  • 이명노
  • 승인 2011.07.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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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장마는 일찍 찾아와 많은 비를 내리고 갔다. 여기 저기 물난리의 상처가 남아있다. 홍수 피해를 보면 더욱 안타깝다. 대부분 저지대에 사는 사람이 피해를 본다. 도시에서는 지하에서 생활하거나 생업을 영위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수마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예부터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는 일을 국가의 제일 과제로 여겼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강수 형태가 극단적이다. 연간 강수량은 약 1,270㎜ 정도가 된다. 세계평균 강수량(970㎜)의 1.3배가 되는 양이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만큼 1인당 강수총량으로 보면 3천톤 정도로 세계 1인당 강수 총량(34,000톤)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 부족 국가인 것이다.

더구나 강수량의 3분의 2가 우기인 6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된다. 국토의 70%가 산악인데다 지형마저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으며 남북의 길이보다 동서 폭이 좁다. 따라서 낙동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강들이 동에서 서로 흐른다. 당연히 강 길이도 짧아 단시간 내에 서해로 흘러 나가 버린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산업화 · 도시화가 진행되고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공업용수와 생활용수 수요량이 대폭 늘었다. 논농사 위주의 농업은 많은 양의 농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수요가 증가하는 물을 확보하고 홍수피해를 줄이려면 우기에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예로부터 저수지가 많고 오늘날에도 댐들을 건설한 이유일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제방이 부실하여 농토가 홍수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목도하였다. 2005년 7월 홍수시에는 익산국토청장으로서 만경강과 동진강 현지를 둘러본 경험이 있다. 폭우로 어디가 강이고 농경지인지 구분할 수 없는 황톳물 바다였다. 산오리 사육장마저 침수되어 오리들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당시 침수 피해를 당한 고부 주민들이 홍수대책을 마련하라며 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만경강과 동진강 주변은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침수가 된다면 짧은 시간 안에 오는 집중호우로 미처 빗물이 흘러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축조하여 수위가 약 1.6m정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강 주변의 저지대도 충주댐과 소양강댐 등에 의한 홍수조절로 침수피해가 대부분 사라졌다. 대청댐이 완공된 이후 상습 침수 지역이었던 논산 등 금강주변 지역의 침수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국토 어디든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도시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이다. 황하,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등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모두가 황하, 나일강,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유역인 것을 보아도 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대도시 또한 강을 끼고 있거나 항구로서 해양으로 진출입이 쉬운 지역에서 발전하였다. 우리의 수도 서울만 보더라도 한강을 끼고 있고 과거 백제의 근거지였으며 과거에는 송파까지 배가 드나들었던 곳이다.

도시개발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물 공급 가능여부이다. 그다음은 전기, 가스 등 에너지와 환경처리 시설 등일 것이다.

새만금 지역에 공업용수와 생활용수의 공급이 어렵다면 현재 추진 중이 개발이 가능할까? 다행히 용담댐 물을 이용한 광역상수도와 부안댐이 있어서 개발이 용이하다. 만일 용담댐이 없었더라면 새만금 지역 도시개발은 상당히 어려웠을 수도 있다. 용수공급 문제 해결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여 경제적 타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확정된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을 보면 새만금개발로 인한 유발인구는 약 76만 명으로 이중 약 29만 명을 새만금 내부에서, 나머지 47만 명은 주변지역(전주, 군산, 김제, 부안)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를 수용하기 위한 생활용수만도 하루 40만 톤이 필요한데 이 물을 용담댐과 부안댐에서 공급하게 된다. 저 멀리 서해에 위치한 신시 · 무녀 · 장자 · 선유도 등 고군산 군도 또한 새만금 방조제와 현재 공사 중인 국도로 육지와 연결되면 이 도로와 교량을 통해 용담댐 물이 공급되게 될 것이다. 비로소 고군산 군도를 대규모 해양 휴양형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댐 건설에 1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용담댐이야말로 새만금을 비롯한 전북 발전의 원천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업용수 또한 2020년까지 하루 12만 톤, 이후에는 15만 톤을 공급하여야 하고 농업용수는 2020년까지 연간 약 1억 3,600만 톤이 필요하다. 이러한 농·공용수를 금강과 새만금 방조제 내부 호수에서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새만금은 새로운 문명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명노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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