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인정부터 문태종까지'…귀화선수 시대 도래
'후인정부터 문태종까지'…귀화선수 시대 도래
  • 관리자
  • 승인 2011.07.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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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농구선수 문태종(36, 전자랜드)· 문태영(33, LG) 형제가 21일 특별 귀화를 확정했다. 이들이 30여년간 살아온 미국을 뒤로 하고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의 새 삶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태극마크였다.

바야흐로 귀화선수 시대가 도래했다. 귀화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탁구선수 당예서(30, 대한항공),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농구대표팀의 은메달을 주도한 이승준(33, 삼성) 등 국적을 바꾼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 힘든 장면이 아니다.

CBS 노컷뉴스는 배구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안고 16년전 귀화한 후인정(37, 현대캐피탈)부터 21일 귀화가 확정된 문태종까지, 코리안 드림을 위해 국적을 바꾼 귀화 선수들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16년전 귀화한 베테랑 배구선수 후인정, 코리안 드림 '1호'

한국에서 배구 지도자로 활약하던 아버지 후국기씨(중국)를 따라 한국에서 생활해 온 후인정이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귀화를 결심한 것은 고교 재학 시절이던 1995년이었다. 아버지의 뜻이 강했다. 전 선경인더스트리 감독을 지내기도 했던 후국기씨는 배구선수인 아들의 국가대표 꿈을 이뤄주기 위해 귀화를 결정했다. 귀화 이후 후인정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간판 라이트로 성장, 수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왔다. 코리안 드림을 이룬 귀화선수 1호라 할 수 있겠다.

2000년대가 되어서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향한 선수들이 대거 늘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은 탁구였다.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중국에서의 대표 선발전에서 밀린 선수들이 한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귀화 절차가 까다로워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국 청소년 대표 출신인 당예서는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중국 대표선수의 꿈이 좌절되자 2000년4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중 핑퐁커플 안재형, 자오즈민 부부와의 인연으로 대한항공 연습생으로 들어온 당예서가 대한민국 여권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7년4개월 뒤인 2007년 8월이었다. 당예서는 국적 취득 1년만에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 여자대표팀의 에이스로 단체전 동메달 획득을 주도했다.

당예서의 훈련 파트너로 2001년 한국에 온 석하정(26, 대한항공) 역시 코리안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선수다. 석하정은 당예서와 나란히 2007년 귀화했지만 당예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출산을 위해 당예서가 자리를 비운 지난해 대표선수로 발탁,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못 이룬 꿈, 두 번째 나라 한국서 이루다

중국에서 국가대표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되는 탁구 같은 경우, 중국의 많은 선수들이 해외 각 국으로 귀화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 역시 그 대상국 중 한 곳이다. 지난 1월 귀화한 전지희도 같은 케이스. 2007년 중국 청소년대표로 아시아선수권에서 준우승하기도 했던 전지희는 탁구 코치인 아버지의 권유로 2008년 한국에 왔다.

조선족이었던 아버지 친구의 양녀로 입적해 보다 빨리 귀화 절차를 추진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티안민웨이라는 중국 이름 대신 전지희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된 그는 3월 창단한 실업팀 포스코파워에 입단, 지난 18일 국제탁구연맹 투어대회인 모나코 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며 국내 탁구계를 흥분시켰다.

귀화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는 종목 중에는 농구도 있다. KBL(한국농구연맹)이 2009년부터 귀화 혼혈선수 제도를 도입, 부모 가운데 한 쪽이 한국인인 선수들에 한해 KBL 입성을 허락하면서 귀화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지만, 대부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이들은 미국프로농구(NBA)의 높은 벽으로 인해 좌절을 맛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우월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귀화 후 태극마크를 단 이승준, 이동준(31, 오리온스) 형제를 비롯해 전태풍(31, KCC) 그리고 21일 특별 귀화한 문태종, 문태영 등 5명의 선수가 귀화를 선택했다. 문태종은 현재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 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고교생 농구선수도 있다. 중국이름은 우디룽, 새 한국이름은 오적룡(19, 제물포고)이다. 중국 하얼빈 출신으로 장대높이뛰기 선수 출신 아버지와 배구선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농구를 시작한 그는 경희대 최부영 감독과 친분이 있던 중국 동포의 추천으로 2009년 한국에 입성했다. 204cm의 장신 센터로 현재 제물포고에서 활약중이며 지난해 11월 귀화절차를 마무리했다.

▲ 아프리카 출신 마라토너부터 스위스계 피겨 꿈나무까지

이 밖에도 축구, 육상, 나아가 피겨까지 귀화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용병으로 왔다가 아예 귀화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1992년 천안 일화(현 성남 일화)의 외국인 골키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러시아 선수 발레리 샤리체프(51)는 2000년 자신의 별명이던 '신의손'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했다. 구리 신씨의 시조가 된 신의손은 2005년 현역 은퇴, 현재 대교 여자축구팀의 골키퍼 코치로 활약 중이다. 이 외에도 소속팀 이름을 따 이성남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한 러시아 출신 라티노프 데니스(35), 크로아티아 출신의 이싸빅(39),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마니치(39) 등이 K리그 용병으로 뛰다가 귀화를 선택한 선수들이다.

마라토너도 있다. 아프리카 브룬디 출신의 마라토너 버진고 도나티엔(34, 한국명 김창원)은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육상대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11월 귀화했다. 그는 귀화 후 첫 출전한 지난 3월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에서 우승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위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피겨스케이팅 선수 클라우디아 뮬러도 2년전 태극마크를 위해 귀화한 선수다. 현재 피겨 대표팀 상비군에 포함돼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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