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몸값
남편의 몸값
  • 이영원
  • 승인 2011.07.20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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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부나 가족들이 살아간다. 직장이나 학업 등으로 주중에는 떨어져 지내는 주말 부부에서부터 자식 교육을 위해 멀리 바다 건너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가족이나 해외 근무 등으로 떨어져 지내는 이산 가족 등 여러 형태의 가족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등장하면서 부부와 가족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지만, 그 소중함을 얼마나 느끼고 자주 표현하고 사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 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구 형태는 부부만의 2인 가구로 그 비율이 전체의 약 25%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이나 취직 등으로 분가하는 자녀가 늘어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에 부부끼리만 생활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가족형태로, 이러한 가족 형태는 핵가족 시대를 넘어 1, 2인 만의 전자가족 형태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수의 가정에서 부부가 생활의 중심이 되고, 가장 오래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함께 사는 부부 간이라면 그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라도 나름대로 기술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남녀 역할에 대한 유치한 구분은 하지 않지만, 구세대 남성들은 어정쩡한(?) 가치관으로 실속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사 노동 분담은 차치하고라도, 일상생활에서 부인에 대한 무심함이나 매너 없는 태도는 주변의 보는 이들까지 민망하게 한다. 얼마 전 부부 동반 여행에서 겪은 일이다. 초로의 한 남편은 함께 온 부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사진기만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가 하면, 버스 안에서도 부인과는 떨어져 혼자 앉아 가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동반 여행을 왜 왔는지 묻고 싶었다. 그 먼 길을 함께 오면서 동반자에 대한 배려 없이 지내는 모습이 남편으로서 훈련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나이 든 남자들의 처절(?)한 처세술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많다. 쓸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이 되어야 한다, 나이 들어서는 마누라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아서는 안 되며 함부로 말대꾸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사 갈 때는 얼른 강아지부터 안고 트럭 조수석에 타야한다는 등의 유머는 이미 식상할 수준이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남성 비하적이고 치욕적이기까지 한 이러한 우스개 소리 저변에는 무심한 남편들에 대한 여성들의 항변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 하기 전, 또 하나의 감동 폭풍을 몰고 올 KBS 남자의 자격의 ‘청춘합창단’을 보면서 진정한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다 키운 자식을 중년에 잃고 노래로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부부, 아내의 못다 이룬 성악가의 꿈을 뒤늦게나마 이뤄주고 조용히 뒷전에서 응원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동지며 동반자로서 진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 먹먹한 감동을 받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생활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노후의 경제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노후의 심리적 안정을 보장받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가정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어떨까.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그동안 아내를 위한 가정 보험금인 배려와 가사분담을 충실히 납입했는지, 혹은 장기 미납된 것이 아닌지 점검하면서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노후 설계의 시작이 되면 어떨까. 이제 남편은 여자하기 나름이 아닌 자기 하기 나름의 시대이니 스스로 몸값을 올려 노후에 두둑한 보험금을 타는 것은 다 남편하기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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