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는 사람들 때문에 문화예술계 좀먹는다
의식 없는 사람들 때문에 문화예술계 좀먹는다
  • 강명선
  • 승인 2011.07.1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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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담론들이 논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현대예술 속에서 무용 역시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장르의 해체 등으로 인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퓨전식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고집하며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의지, 그리고 단단한 뿌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순수예술의 장점은 자극적이고 현란한 여타의 예술보다 오히려 더 잔잔하고 긴 여운의 감동을 던져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신인 안무가전>은 가능성 있는 신진 안무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개최되었다고 하는 그 근본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필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왜냐하면 참여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많은 시간동안 자신들의 스승 곁에서 보고 배운 ‘근본적인 예술정신’을 통한 작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보이는 현상’에만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가능성이 엿보였던 작품들조차도 본연의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순수예술과 실용무용이 함께 경연을 하고 경연결과 또한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으로 신인 안무가전은 순수무용과 실용무용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이런 것까지 지적하는 필자 또한 같은 무용인으로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결국에는 전문가들이 평가에서 그러한 문제들을 냉철하게 지적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아니 어찌 보면 평가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이런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는 장본인인지도 모르겠다. 안무가는 천재이다. 무(無)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현재의 무용계에서는 자라나는 새싹들조차도 혼란에 빠져있고 평가 시스템에 맞추느라 창작의 본질적인 의미를 잊어가고 있다.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무용계의 미래가 희망적이기보다는 암울하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외형적으로 보이는, 무늬만 예술가인 척하는 것’보다는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자신의 예술세계를 발현하는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자세와 인성, 즉 ‘깊은 뿌리’이다. 뿌리가 깊고 단단하지 못해 결국에는 속이 텅비어버린 안무가로 성장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뿌리가 깊고 단단하지 못한 안무가의 작품은 자칫 죽어 버려진 나무의 시체, 혹은 박제화 되어버린 나무의 껍데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의식 없고 정체성이 불투명한 안무가들의 작품들은 결국 새로운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외국의 경향을 정신없이 흉내 내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결국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독창성과 생명력’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그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잘못은 곧 그들을 그러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교육시키는 그들 스승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서구적인 무용을 왜 너무도 쉽게, 아니 안무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외형적인 것만 흉내 내는 것일까? 내면적인 본질의 의미를 왜 그렇게 쉽고 간단한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일까? 진정한 안무가의 작품은 마치 오래되어 빛바랜 산사(山寺)의 담청색처럼 소박하지만 그 느낌은 그윽하고 깊다. 그리고 영원하다. 이것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끊임없이 다져가면서, 서구무용의 새로운 움직임들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본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가능한 것이고, 이것은 비단 무용계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작품의 독창성에 대한 이런 문제 이외에도 현재 무용계에서는 순수무용과 실용무용의 경계가 해체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파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 논의해서 새로운 해결점은 찾지 않고 본인의 사리사욕(私利私慾)만 생각하고 자기 제자들과 후배들, 나아가 무용계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들은 반드시 각성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태와 단아함이 자랑거리인 우리의 춤조차도 서구화되면서 퇴색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그야말로 무용계에 있어서는 안 될 가짜예술가들이 한두 번이 아닌 몇 년에 걸쳐 무용계에 돌을 던지고 걸핏하면 투서하고 남을 죽이려하는 자체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한다. 가짜 예술가의 특징은 감투에 연연한다. 남이 어렵게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하나 올려놓고 욕심 부리면서 수단과 방범을 가리지 않는 무용인은 사라져야한다. 모두가 알면서도 침묵해주는 사람들 또한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현재 전라북도 무용계, 아니 더 나아가 전라북도 문화예술계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가짜 예술가들 몇몇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재능 있는 무용인들까지 피해를 보게 만드는 겉모습만 예술인인 척하는 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정확하게 교육시키는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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