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바키
부르바키
  • 최고은
  • 승인 2011.07.14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래 부르바키는 1934년 젊은 수학자 몇 명이 당시 대학에서 쓰이던 에두아르 구르사의 해석학 책의 허점과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수학 교재를 쓰기 위해 모인 것을 시초로 만들어졌다. 수학자 모임의 이름이 된 부르바키는 1870년 프랑스 프로이센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부르바키 장군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세계적인 수학자로 이름을 높인 앙드레 베유뿐만 아니라 앙리 카르탕, 장 디외도네, 수학 분야의 노벨상인 필즈메달을 받은 로랑 슈바르츠 등이 멤버였다.

1970년대 들어 부르바키는 수학의 현대화 이념에 맞춰 초·중등 수학교육도 공리주의적으로 재편성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때도 르네 통은 강력한 반대자 중 1명이었다. 수학자들의 비밀집단인 부르바키는 프랑스대학의 교육과 교재의 빈틈을 채우기 위한 현대적 해석학 교재를 종합적으로 쓰고자 시작했으며, 그동안 총 25권의 수학원론을 펴냈다. 또한, 수학 교재를 펴내는 일 이외에 한해에 세 번씩 부르바키 강연회를 1947년부터 1999년까지 해왔다.

일류급의 수학자들이 10여 명 모여서 공동으로 책을 낸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토론을 좋아하는 프랑스인이니 말이 많으리라는 것을 추측하게 된다. 각자의 고집을 세워서 좀처럼 책이 될 것도 같지 않으나, 어떻게 된 셈인지 그들이 내는 책은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되어 있고 문장도 같은 사람이 쓴 것 같다. 그러나 50년 가까이 되고 그들 멤버도 전부 바뀌었기 때문에 50년이라는 사이에 어떤 성장이 된 것도 틀림없다. 특수한 단체라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요소가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그룹이 50년이나 계속한다는 것이 이상스럽기도 하다 그러니 부르바키에 대한 여러 가지 전설적인 이야기가 유포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란 대략 그들 자신이 유포시킨 것도 있다.

어떻든 프랑스인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수학자의 연구단체가 부르바키인 것이다. 물론 모든 수학자가 부르바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그들의 수학적 사상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수학자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수학의 현대화라는 웅대한 목표라는 것을 가지고 출발한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예로, 카타스트로피 이론의 창시자이자 1958년 필즈 메달 수상자인 프랑스 위상수학자 르네 통(Rene Thom, 1923∼2002)같은 유명한 학자를 부르바키에서 배출하였다. .

그들은 수학적인 창조력이 약해지면 자기들의 사이에서 재미있는 숙청방법을 사용하였다. 그것은 아프리카 일부 지방에서 실시되고 있는 아버지의 숙청방법과 같다. 아프리카 토인들은 사람이 늙게 되면 이것을 더러운 것으로 여기고 늙기 전에 죽게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죽일 정도로 늙었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높은 야자나무에 올라가게 하고 자식들이 아래서 나무를 흔든다. 나무 위에 있는 아버지가 나무를 잘 붙잡지 못하여 떨어지면 이제는 늙었다고 해서 자식의 도리로 죽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우리가 생각한다면 세상에 끔찍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갖는 도덕이 그렇다는 것이다.

부르바키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도태대상인 나이 먹은 수학자에게 논리적으로는 틀림이 없으나, 수학적 내용으로서는 가치가 없는 명제를 눈치채지 않게 말한다. 그때 그가 ‘그런 것은 생각해도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라고 하면 부르바키에 계속 있게 되지만, 그러나 혹 ‘흠, 흥미있고 재미있다.’라고 하면 자기들의 단체에서 추방을 시킨다고 한다. 수학적 논리를 추구 못 할 만큼 늙지는 않았다 해도 수학적 견식이 없어지면 수학자로서는 일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매년에 한번 스페인 또는 스위스의 휴양지에서 만나 거기서 세미나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르바키의 이름으로 세미나의 노트가 발행되고 있다. 그것들은 모두 최신의 문제들이고 세계의 수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뿐이다.

또 수학원론(Elements de mathematique)이 30여 권이 부르바키의 이름으로 발간되어 있다. 이들 책의 이익금은 그들 그룹의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지금 부르바키의 ≪수학원론≫은 거의 대학원 교육의 표준이 되다시피 되어 있고 박사과정에서는 이 전집의 몇 권, 석사과정이면 몇 권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대학도 있을 정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