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복지에 대한 사색
민주주의와 복지에 대한 사색
  • 최낙관
  • 승인 2011.07.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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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작과 함께 촉발된 복지논쟁은 이제 정치권을 넘어 사회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상급식ㆍ무상보육에 관한 가시 돋친 정치권 공방과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젠 반값 등록금 문제로 대학가와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이슈와 관련된 논쟁은 직접적으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2012년 선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복지국가에 한발 더 앞서가고자 하는 우리 국민들의 희망사항과 꿈이 다수결 민주주의라는 아레나의 시험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기업가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듯 선거에 나서는 정치가는 득표극대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지금처럼 대다수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복지이슈의 선점은 잠재적 유권자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재선되기를 희망하는 정치가는 지금처럼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집단들과의 타협과 지지를 원하고 보다 정치적 흐름에 민감한 특정 인구 층의 이해에 부응하고자 하며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잘 조직화된 집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의민주주의라는 우산아래서 정치가들의 이러한 생존본능과 행위는 그래서 때때로 사회정의와 평등을 왜곡하는 ‘필요악’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역사 속에서 복지국가를 확대하는 토양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볼 때,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복지국가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 토대위에 서있는 복지국가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 규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압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결과이며, 각종 복지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권리위에서 잠자는 국민들이 많아질 때, 복지국가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의 탄생과 존속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힘겨운 생존을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이유는 선거라는 제도적 수단을 통해 권력으로 무장한 지배자를 우리의 손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강제했다는데 있다.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면 지금까지 존속했던 그 어떤 제도로도 가능하지 않았던 특권적 지배권의 ‘길들이기’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민주주의는 약자로 분류될 수 있는 비특권적 국민들에게 이른바 야수를 길들이는 ‘조련사의 위치’를 제공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조련사인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그리고 나아가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복지제도의 도입과 서비스 제공에 비로소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자 운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민주사회에서 복지국가라는 열매가 좀 더 빨리 영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이미 제시한 민주주의 작동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유권자이자 시민인 우리들이 조련사로서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때 폭 넓은 보편적 복지는 가능해 진다. 건강한 시민사회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왜 중요한지 새삼 공감하게 된다. 특히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보의 단절과 왜곡으로 인해 누가 자신들에게 어떤 복지의 손실을 입혔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의 비리를 고발하지도, 해당 정치인의 정치적 음모를 선거에서 표로서 심판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실업자, 노인, 여성, 아동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획득하는데 소외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배려 나아가 적극적인 지지와 옹호가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국가를 향한 복지의 확대는 민주주의의 성숙과 그 괘를 함께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행 중인 복지논쟁이 정보의 왜곡과 배타적 선점으로 인해 국민들의 판단을 근본적으로 흐리게 만든다면 ‘복지지체’는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다수 국민들의 복지에 해를 끼치는 ‘복지손실’이 재현되지 않도록 사회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무임승차를 거부하는 자성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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