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화가들 해외 미술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게…
전북 화가들 해외 미술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게…
  • 이흥재
  • 승인 2011.07.13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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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류재현이 해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낙찰이 되었다. 도내 작가로서 해외옥션에서 낙찰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참으로 고무적이다. 최근 그는 중국 상하이 포트만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호산옥션 당대 미술부문(Contemporary art)경매에서 ‘Road(길)’이란 작품이 추정가의 3.5배인 1347만원에 낙찰이 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상하이 호산옥션은 당대미술 뿐 아니라 고미술품과 화폐 그리고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손꼽히는 세계경매시장 중 하나이다.

최근 세계 미술계는 중국의 미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과 상하이는 중국 미술시장의 중요한 거래처이자 거점이다. 홍콩미술시장의 경우 메이저 옥션은 우리나라 1개 옥션의 1년 경매가를 하루에 판매할 정도로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런 중국의 미술품 경매시장인 상하이 호산옥션에서, 무명의 전북 작가 작품이 낙찰이 됐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북미술의 전망을 한 층 밝게 한다.

류재현 작가는 중학교 미술교사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퇴근 후 완주군 구이면에 있는 작업실로 가서 뜰을 가꾸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그림을 그린다. 주말에는 지리산 계곡, 덕유산, 그리고 변산반도 계곡 등에 이르기까지 도내 산과 계곡을 샅샅이 답사를 한다. 가슴에 다가오는 숲 풍경이 있으면 현장에서 촬영도 하고 스케치를 한 후 화실에서 새벽녘까지 치열하게 작업을 한다.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그의 그림에는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져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류재현 선생은 자기 작업노트 “내안의 숲길... ”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숲과의 교감은 인간으로서 걸칠 수밖에 없던 온갖 허울을 벗어 버리게 하고, 가장 고요한 상태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섬세한 감각의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내 안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주와 함께 호흡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호흡을 통해 녹색과 연두 빛에 깊이 감추어진 바람결에 떨리는 풀들의 작은 일렁임까지 감지하기 위하여, 자잘한 붓질과 부드러운 모필로 그어대고 또 그어댄다. 무수히 가느다란 선과 터치의 반복과 겹치고 중첩되는 과정 속에서 화면에 원래 발라두었던 검정색 바탕이 미세한 틈으로 보이게 되고, 그 틈 사이로 내밀한 호흡이 느껴지도록 화면을 조율해 나간다. 이것은 치열한 붓질의 반복적 과정을 통하여 적막한 사유의 세계를 열어 보여 내 자신의 심혼(心魂)을 감지해 보려는 일련의 행위이며, 그것은 바로 숲과 바람과 빛을 통하여 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자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는 대학시설부터 길을 주제로 한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다. 요즘의 ‘내안의 숲길...’ 작업도 길 주제의 연장선상이다. 숲 그림 또한, 극 사실적인 표현기법으로 실제 자연풍경을 재현한다. 하지만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꿈꾸는 듯한 풍경은 묘한 기운생동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내면 풍경이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적확한 묘사력과 탄탄한 구성력, 차분한 녹색톤으로 그려진 그의 작품은 특정한 지역의 자연풍경의 재현을 넘어 보편적 시각의 자연을 느끼게 한다.”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아트페어를 보면 미술의 흐름이나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대개 파악할 수 있다. 미술품 경매시장인 옥션도 일정한 흐름이 있어 경기가 호황일 때는 새로운 신진작가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갖지만, 불황일 때는 검증된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주로 거래가 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 서울 옥션을 비롯한 국내 옥션과 중국의 홍콩이나 상하이 옥션, 그리고 뉴욕의 미술시장은 또 나름대로 독특한 시장의 분위기가 있다.

문학이나 미술 등 어떤 장르를 막론하고 작가의 감동과 철학이 배어나는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아트페어나 옥션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 흐름에 작가의 미학이나 작업을 녹여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아트페어나 옥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화랑을 통해야 한다. 하지만 도내 갤러리 중에서는 서신갤러리나 아카갤러리 등 불과 몇 개의 화랑만이 참여를 하고 있다. 화랑들이 아트페어나 옥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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