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축제와 유토피아
평창축제와 유토피아
  • 유춘택
  • 승인 2011.07.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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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유치가 현실로 확정되는 순간 TV 앞에서 숨죽이며 고대하던 우리 국민은 일제히 ‘평창만세’를 외쳐댔고 성취감에 고조된 함성은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두 번의 탈락 이후 10여 년간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했던 것의 값진 대가였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또 하나의 귀중한 증거가 되어 더욱 기뻤다. 이제 세계적 큰 잔치를 앞둔 우리는 다양해진 메커니즘의 물결로 예측불허의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만일의 상황에 빈틈없는 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축복속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옥에 티가 생기는 한 치의 결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유종의 미를 향한 치밀한 유비무환의 대책이 수립되어 아름답고 영광스런 제전의 막을 내려야만 한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괄목의 대상이 된 우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세계 속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의 척도는 범죄 상황과 비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볼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질서 한국을 외치는 캠페인이 활화산처럼 타올라야 한다. 우리 스스로도 흉금을 열고 자성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스포츠의 그랜드슬램 달성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어렵사리 달성한 동계올림픽 유치로 거품 없는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을 세계 속에 보여줌으로써 자손만대에 이어져야할 국가적 사명으로 진일보의 양상을 보여야할 일이다.

단군이 세운 부족국가였던 고조선은 지금으로부터 2100 여 년 전 한무제 유철(漢武帝 劉徹)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였다. 멸망하기 전까지 고조선은 “8조 금법”이라는 아주 간단한 8가지 법만을 가지고 백성을 다스렸다. 그러나 현재 그 내용을 전부 알 길은 없고 중국의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에 의하여 세 가지만이 전해지고 있는데, 첫째,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 둘째, 남을 다치게 한 자는 곡식으로 배상한다. 셋째,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데려다 노비로 삼는다. 단 배상을 하는 경우에는 1인당 50만 전을 내야 한다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한서지리지”는 여기에 덧붙여, “법이 엄하여 조선인들은 도적질을 하지 않고 밤에도 문을 걸어 잠그지 않으며 부녀자들은 정조를 지켜 음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적질을 한 자는 비록 돈을 물고 다시 양민이 된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모두 꺼려 마침내 혼인의 상대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전한다.

이웃나라 중국의 기록에 나타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당시의 고조선이 무척 건실하고 엄정한 사회였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고조선이 망할 무렵 중국의 상인들이 넘나들면서 깨끗했던 사회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도적질을 예사로 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그게 되었고, 그에 따라 단 8가지 밖에 안 되었던 법조문이 무려 60가지로 늘어나 버렸다. 사회가 복잡해져서가 아니고 준법질서가 무너지면서 더 많은 법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법과 사회질서의 관계를 이보다 더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사실도 없을 것 같다. 확실히 법이란 적을수록 좋은 법이다.

우리 고조선의 예에서도 보듯이 법조문은 적을수록 좋은 법이며, 법조문이 적을수록 그 사회는 훌륭하기 마련이다. 인간들이 옛날부터 꿈꾸어온 유토피아라는 것도 결국은 법 없이 유지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독립선언문도 겨우 300 단어이며, 1910년 국권피탈 후 그렇게도 간절했던 2천만 대한국민의 독립의지를 담은 육당 최남선의 기미독립선언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단문(短文)의 명문(名文)이다. 이는 간단할수록 좋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나라 때 “나율금재”라는 책에도 “한 이익을 일으키는 것은 한 해악을 제거함만 못하고, 한 일을 일으키는 것은 한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아름다운 것은 대개가 간단하다. 또 힘찬 것도 대개가 간단명료하다. 정의도, 질서도, 평화도, 행복도 간단한 형태로 나타난다. 복잡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고조선시대의 “8조 금법”만으로도 질서가 유지되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보는 것도 해로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민족최대의 영광인 동계올림픽 제전을 목전에 두고 옛사람들이 꿈꾸어 온 유토피아의 땅 코리아를 향한 법질서 문화가 서서히 정착되길 온 국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고조선의 8조 금법과 같은 단순명료한 법조문마저도 필요 없는 세상이 진정 흠결 없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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