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애틋한 부모의 마음
61. 애틋한 부모의 마음
  • 문창룡
  • 승인 2011.07.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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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이었다.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시던 어머니에게 속상하던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온갖 어려움들을 잘도 참으시다가도 가끔씩 훌쩍거리며 집안을 정리하시던 일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우리 형제자매들은 긴장을 했다.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자기들의 잘못 때문에 어머니가 저렇게 화가 난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살가운 셋째 동생이 어머니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그래. 엄마?” “….” 그때도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집안 짐들을 정리만 하셨다. “왜 그래. 엄마. 응.” 여동생까지 합세해 콧소리가 섞인 애교를 부렸다. 그때서야 어머니가 입을 여셨다. “속이 상해서 도망가려고 그런다. 왜?” 그리고 더 이상 말씀을 하지 않으신 채 소리 없이 펑펑 우셨다.

시간이 잠시 흐르면서 집안은 우리 형제자매의 통곡소리로 가득 찼다. “엉엉.” “엄마, 도망 가지마.”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우리 형제자매들은 어머니 곁으로 더욱 바짝 다가가며 그간의 용서를 빌었다. 엄밀히 말해 잘못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랐으나 어머니를 속상하게 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서로의 잘못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게 자란 세대들이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었다. 지금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지간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무엇이든지 다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슈퍼맨이고 원더우먼이다.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가진 대단한 부모들이기도 하다. 비싼 사교육비나 대학 등록금까지도 다 마련해 준다. 상상할 수 없는 주거비용이나 천정부지를 향해 뛰어 오르는 생활비까지도 잘 해결해 낸다. 그래서인지 자녀들과 문제가 생기면 우리 어머니들처럼 눈물을 보이는 법이 없다. 자녀들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하소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녀에게 집이 싫으면 나가라고 큰소리 칠 때가 많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물러서지를 않기 때문이다. 부모보다 더 세게 나온다. 아이들도 같이 큰소리로 대들고 더 화가 나면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근다. 대화를 하지 않으려한다. 협상 카드는 처음부터 아예 없다. 부모를 말이 통하지 않는 벽(壁)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면 갑갑한 사람은 부모가 된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늘 아쉬운 입장이다.

요즘 부모들은 한결같이 ‘정말 자식 키우기 힘들다.’고 말한다. 허탈감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시대가 각박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위안을 삼아보지만 반복되는 갈등상황과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답답한 가슴만 쓸어내릴 뿐이다.

그러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자녀들이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외롭고 힘들다. 부모들이 경제를 일구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혀 갈 때 그들에게 진심어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세계적인 교육열기 속에 휘둘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도 힘들었다. 어쩌면 마음을 어떻게 여는 지조차 모를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이 강해 보이는 것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만의 보호색’일 뿐이다.

자녀들과 관계가 복잡하게 꼬여갈 때는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의 문제해결방법을 배워볼 필요가 있다. ‘강한 부모’가 아니라 ‘애틋한 부모’의 마음으로 자녀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물방울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뚫듯 애틋한 부모의 마음이 닫힌 자녀의 마음을 열리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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