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판을 바꾸자!
전북! 판을 바꾸자!
  • 김남규
  • 승인 2011.07.1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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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가 길기도 하다. 더 이상의 비 피해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장마에 웬 가뭄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지역 상황은 마치 가뭄과 같다. 물가 인상에 연이어 오르는 공공요금까지 돈 가뭄에 속까지 타들어 갈 지경이다. 도민들 타는 속은 모르고 도내 정치권은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눈만 뜨면 언론으로 부터 ‘새만금’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우리의 삶이 달라진 게 없다. 새만금에 내부 개발이 되고 그 경제적 효과가 지역에 나타나려면 30년은 더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앞뒤로 합하면 전북도민은 한 평생 새만금 이야기만 듣고 산 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까지 해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새만금 때문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또 그렇게 새만금에 목을 매고 있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새만금에 쏟은 에너지를 다른데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도내 정치권은 왜 아직도 새만금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나?

새만금 문제뿐만 아니다. 전북 몫을 지키겠다며 LH 분산 배치를 위해 ‘직’을 걸겠다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 한데,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 없고 몇 마디 사과로 마무리 되는 상황인지라 이제 와서 말을 보태는 것이 ‘버스 떠난 뒤 손드는 격’ 같아 허전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더구나 현안이 발생하면 관변 단체를 동원해서 일렬로 줄 세워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숨 막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간 것이 비단 LH 사례만 아니다. 부안과 군산 방폐방 사건 때도 그러했고, 새만금 수질 문제 때문에 해수 유통이나 조력 발전소 건설 방안 이야기만 꺼내도 새만금을 포기하라는 것이냐는 식으로 격하게 반응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경직된 지역사회 분위기를 이끌어 온 데는 도내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민주당 일당 독점이 불러온 다양성 파괴의 결과다. 농사에 비유해 보자면 종자 가뭄이다. 거의 40년간 한 종자만 심어 왔기 때문에 다른 종자들이 아예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것도 이름만 바꾸어 온 같은 회사 종자만 받아다가 심어 온 것이다. 병충해에도 약해지고 수확도 떨어지는데도 습관처럼 또 그 종자만 심고 있는 격이다. 농민들 말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종자는 아직 심어보지도 않았기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쓰는 종자니까 그냥 믿고 심기도 한단다. 하지만 섞어서 심어야 서로 경쟁을 하면서 잘 자란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어떤 농민은 한 종자만 계속 심었더니 땅이 황폐화되어서 이제는 다른 회사 종자를 심을 계획이란다. 전주시 농민들은 지난봄에 같은 회사에서 나온 한 가지 작목으로만 농사를 짓고 있다. 같은 작목만 재배하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져 최근 서울에 있는 다른 밭에 옮겨 심어보자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종자 회사측의 의지가 아직 불확실한 상태이다.

전북은 중앙정치로부터 소외되어 지역발전을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기업 유입 등 외부적인 충격 없이 예전 그대로의 상황에 붙박이처럼 살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되어 미래에 대한 설계가 불가능하고 변화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략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철저히 관계 중심적으로 살아야 하고, 집단 의견에 다른 의견을 달지 않아야 한다. 지연·학연은 말할 것 없고 한다리 건너 친구의 친구까지 관계 맺기를 잘해야 한다. 이른바 ‘싸가지 없는 놈’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 싫은 소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앞에서 못한 이야기가 뒷담화가 되어 매번 술자리 안주로 장식되고 있다.

이제 답답한 마음을 표현 할 때도 되었다. 뒷담화만 하지 말고 앞으로 나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 때도 되었다. 지역 발전, 전북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지, 청산해야 할 낡은 리더십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함께 살아갈 우리 지역의 환경과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도 부족한 상황이다. 기회가 많지 않다. 내년 봄에 또 같은 회사, 같은 종자만으로 농사를 지을 것인지 아니면 아예 거래 회사까지 바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품종만이라도 바꿀 것인지 지금부터 이야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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