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면체 이론
정다면체 이론
  • 최고은
  • 승인 2011.07.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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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수학이라 해도 프랑스인이 하는 수학은 이론 면에서 어딘가 멋이 있는 것 같다. 도이칠란트인은 수학 중에서도 기초면이라고 하는 겉모양이 별로 좋지 않지만 단단한 벽돌같은 분야에 파묻히기를 좋아한다. 프랑스인들이 멋있는 이론을 그린다면 이탈리아인들은 그보다 화려한 기하학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연구소의 운영방법에 있어서도 그들의 국풍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좋은 예를 프랑스에서 보자. 세계를 풍미하는 부르바키즘(Bourbakism)이라는 수학의 신흥운동이 프랑스에 있다. 니콜라 부르바키(Nicolas Bourbaki)라는 이름이 수학계에 등장한 것이 1930년대였다. 이 이름이 나오는 책은 처음에는 꼭 프랑스어로 쓰여져 있고 결코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어 있지 않았다.

부르바키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으나 그가 쓴 책은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많은 수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파리에 주둔한 미군 장교들 중에 수학자 출신이 있어서 부르바키를 찾으려 애를 썼다. 그래서 그는 그의 책을 출판하는 회사를 찾아 부르바키의 소재를 물었으나 출판사에서 하는 말이 전쟁을 피해서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군 장교들은 할 수 없이 부르바키의 저서 몇 권을 사들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부르바키는 실재의 인물이 아니고 10여 명의 수학자들의 그룹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들은 자기가 '부르바키 그룹'이라는 말은 물론 그 내용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전설을 많이 만들었다. 어쨌든 과거에 부르바키에 속한 사람었다가 은퇴한 사람은 자기가 그 멤버였다는 것 이외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부르바키의 멤버는 최초의 멤버가 아니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프랑스의 우수한 수학자들이면 그 사람은 부르바키의 멤버라는 소문을 듣는다.

원래 부르바키 그룹이 만들어진 것은 1930년대 초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고등사범학교) 출신의 젊은 수학자들이다. 그들은 소르본대학의 수학 강의가 지나치게 구태의연한 데 자극을 주기 위해 새로운 스타일의 수학 교과서를 집필·출판하면서 사용한 펜네임으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의 프랑스 장군 이름이기도 하다. 발족 이래 줄곧 현대의 유클리드를 지향하면서 공리론적이고 집합론적인 수법을 통해 수학의 통일을 시도하였다. 초기의 멤버는 A.베유, 에레스만, H.카르탕, R.고드망, 새뮤얼, 샤보티, C.슈발레이, 드포셀, 브를로 등이었다. 이후 활동을 지속하면서 대저 《수학원론》을 간행, 현재 34책까지 발간하였고, 연중 몇 차례씩 ‘부르바키 세미나’를 개최해 그 연구 성과를 세미나 노트로 묶어 매년 간행했다. 발족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단시되기도 하였으나, 현대수학에 미친 영향력은 매우 컸다. 특히 과거의 다양한 수학 성과를 ‘공리론적인 비판’이라는 체로 쳐서 밭아 내 수학의 재편성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수학 연구의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부르바키는 20세기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수학자들의 단체가 사용한 가명이다. 부르바키의 회원들은 1935년부터 현대 수학을 집합론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저술 활동을 시작, "니콜라 부르바키"라는 이름으로 책을 발표했다. 그들의 저술은 최대한의 엄밀성과 일반성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르바키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부르바키 그룹'은 공식적으로는 "니콜라 부르바키의 공동 작업자 협회"(Association des collaborateurs de Nicolas Bourbaki)라는 명칭으로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 사무소를 두고 활동했다.

나라마다 저마다 특이한 전통이 있다. 프랑스인은 멋쟁이이고, 도이칠란트인은 세밀하고, 미국인은 현실적이다 등 국민 한사람씩 보면 별로 알 수 없는 그들의 특징도 많이 모아 보면 어딘가 다른 나라 사람과 구별할 수 있는 점으로 나타난다. 본래 부르바키는 프랑스 고등사범학교 출신 소장파 수학자들이 결성한 집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도 회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를 들면 폴란드 출신 위상수학자 아일렌베르크(Samuel Eilenberg, 1913-1998), 1966년 필즈 메달 수상자이자 2004년 아벨상 수상자인 영국 대수학자 아티야(Michael Atiyah, 192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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