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반배산악회
<62> 반배산악회
  • 장정철
  • 승인 2011.06.22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향적봉 정상에 오른 산악회원들과 장애우들이 등반성공의 기쁜을 만끽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반배산악회 제공
지난 2006년 만들어진후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회원수가 900여명에 달하고 있는 산악회가 있다.

바로 전주 반백산악회(회장 백순기)가 주인공이다.

산악회원들은 각자 평일에는 자신의 업무에 열심히 매진하다 매주 토요일 만나 전국의 명산을 돌아다니며 산행을 한다.

그러나 단순한 건강을 위한 산행만이 아닌 봉사활동을 병행하면서 큰 화제와 보람이 되고 있다. 쓰레기줍기와 같은 단순한 환경정화 활동은 물론이고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해 주위의 부러움과 놀라움을 사고있다.

특히 반배산악회는 일부 산악회에서 간혹 발생하는 음주와 가무 등 소위 놀고먹는 산행을 자제하고 있다. 산에 올라가서는 물론이고 하산후에 늦은 시간까지 술을 먹고 즐기는 산악회들이 종종있어 오히려 건강을 위해 산을 찾았다가 몸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반배산악회는 이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온후 간단하게 하단식을 겸한 티타임 정도 갖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처럼 술 안먹고 건전한 순수 산악회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도 회원가입 문의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

산악회 출범 후 지금까지 전국 300여곳의 산을 찾은 회원들은 청산도와 같은 섬산행도 간혹 즐겨찾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으로 회원들은 올 1월 1일 찾은 운장산을 첫 손으로 꼽는다.

마침 신년 첫날이 토요일이어서 모처럼 관광버스 2대로 많은 회원들이 참가했는데 눈이 많이 내린 설산을 오르며 경치에 감탄을 연발했다.

또 산에 오르다 미끄러지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우의도 돈독히 쌓았다. 2011년 첫 날 첫 산행이 회원들의 뇌리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유다.

회원중에는 ‘산속의 산타’로 유명한 사람도 있다. 회사원 권민호씨로 ‘산 속 청소부’로 통한다. 혼자 올라도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 정도로 힘들지만 매번 비닐봉투와 큰 배낭을 가지고 등산로 좌우를 연신 살펴대는 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산을 많이 찾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주변에 널린 쓰레기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해 조금씩 줍던 습관이 이제는 매번 비닐봉투 한가득 챙겨 내려올 정도다.

최근에는 장애우와 함께 덕유산 산행을 마쳐 큰 화제가 되기도했다.

평상시에 산에 오르기 힘들었던 장애우들과 함께한 산행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반배산악회 백순기 회장은 “장애우들에게 이번 산행은 새로운 도전이 됐을 것이다”며 ”비록 고생은 했지만 덕유산 정상에 이들과 함께 올랐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이날 산행에는 조병서 도의원도 함께했다.

조 의원은 무주리조트 앞 덕유산 향적봉 리프트에서부터 직접 장애우의 휠체어를 손수 끌고 정상까지 올랐다.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자 다른 회원 3명과 함께 휠체어를 들고 등산로를 오르기도 했다.

산에 오른다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하던 장애우들이 산악인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덕유산 산행에 나선 것이다.

지난 6월 18일 전주 반배산악회가 주관한 장애우 산행체험은 지체, 시각 장애우 등 16명이 해발 1,614m 덕유산 향적봉 정상을 등반했다.

산악회원들과 예수대학 간호학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60여명의 도우미들은 출발 전 30분 가량 장애인을 안내하면서 지켜야할 주의사항을 교육 받았다.

이번 등산체험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설천봉으로 이동해 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향적봉 등반에 나섰다.덕유산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보통 성인은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장애인이 미끄러운 바위에 가파른 계단을 지나가야 해서 2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산악회원들은 아예 장애우들을 등에 업고 오르기도 했고 산행 중간중간 다른 등산객들의 박수와 응원을 받았다. 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한결같이 산악회원들을 향해 “정말 대단하다. 감동이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비좁은 산길을 양보해야 하는 다른 등산객들이 짜증을 낼 법도 했지만 오히려 응원의 말로 격려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가족과 함께 등반한 한 장애우는 “솔직히 오기전에는 걱정도 많이했는데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등반하게돼 기쁘고 평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산행에 나선 또 다른 장애우도 “산악회원들의 도움으로 정상에 설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

반배산악회 백순기(전북도청) 회장

장애우과 함께 하는 산행을 기획하기까지 상당한 고심을 했습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괜한 고생을 사서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산악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응원을 해줄 지? 정말이지 신경쓰이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가 봉사를 할바에는 쉬운 것보다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회원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앞이 보이지 않고,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의 산행을 도울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봉사의 전문가들도 아닌데 그냥 평지길도 아닌 향적봉을 함께 오른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지요. 그러나 회원들은 잘 해냈고, 보람찬 봉사를 끝내 호응이 매우 높았습니다.

백 회장 역시 이날 직접 휠체어를 들고, 장애우를 등에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 올랐다.

그는 등산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매번 산에 가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하고, 오를때보다 내려올때 더 신경을 써야됩니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역시 정상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다 풀어집니다.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에도 등산만 한 것이 없습니다.

반배 산악회는 앞으로로 기회가 되면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더 기획하겠습니다.

특히 산은 평지와 달라 산을 오를 때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도와가면서 사는 것이지요.

또 매번 전국 명산의 쓰레기를 수거해 온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연이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을 이것으로나마 대신 갚는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장정철기자 jan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