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에 대한 담론과 청년들의 문제의식
대학등록금에 대한 담론과 청년들의 문제의식
  • 정진숙
  • 승인 2011.06.17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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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을 둔 부모들 중에 “대학만 가거라, 대학가면 다 할 수 있어” 이말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에서 호기심 많은 어린 청소년들에게 대학은 일종의 탈출구같은 이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힘겨운 고3을 끝내고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에게 대학은 탈출구가 아니라 더 업그레이드된 고난이 되어 기다리고 있다. 운이 좋아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도, 등록금 걱정을 해야 되는 아이도 전부 그들에게 주어진 청춘을 누리기에는 사회는 너무도 팍팍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학이 의무교육이나 되는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 대학에 안가면 큰일 대학을 가더라도 어떻게든 명문대학을 가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오죽하면 배재대학교 다니는 효자보다 연세대 다니는 불효자가 더 효도하는 거라는 말까지 나올까? 너도나도 대학을 가니 못가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배우고 싶은 것이 없고 대학교육과 자신의 꿈이 연관성이 없더라도 일단 꾸역꾸역 가고 보는 것이다.

그 와중에 대학들은 슬금슬금 등록금을 올리고 그 등록금에 상응하는 만큼의 교육의 질은 보장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느낄 새도 없이 등록금과 취업에 치여 지쳐있던 청년들이 어떤 계기가 되었든 드디어 스스로를 위해서 일어났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등록금 투쟁은 2~3월에 잠시잠깐 왔다가는 모양새였다. 가끔 총장실을 점거했다거나 삭발을 감행한다는 이야기가 들려도 금방 수그러들고 등록금의 3~5%를 돌려받거나 등록금을 1~2년 동결하는 것으로 끝났었다. 대학생들은 그 이상의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내가 젊었을 때처럼 대학생들이 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우기에는 대학생들은 더 이상 지식인이고 엘리트인 집단이 아니게 되었다.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낮아지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짐에 따라 대학생 청년층은 정치세력이 그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게 되었고 따라서 청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들의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학부모, 대학을 다니는 학생, 졸업 했지만 여전히 학자금대출 빚을 지고 있는 사회인, 그리고 대학에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들까지 이 사회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 중에 등록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등록금문제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그 누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성을 충분히 갖춘 일로 이렇게 다시 청년들에게 정치담론이 형성되고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월 10일에는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에 3만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본 행사를 기다리는 대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개인의 스펙만을 위해서 노력하던 청년들이 드디어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전체로 시선을 넓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이번 문제는 꼭 그들의 힘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향 지원덕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올해 대학에 입학한 내 딸 아이도 친구들과 광화문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집회에 참가 하고 있다는 문자 소식이다. 평소 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나지만 더 많이 격려 하고 칭찬해 주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담화는 비극적이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청년들은 너무나 긍정적이다. 그들이 이 문제를 훌륭히 해결하고 다시 한번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식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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