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 유성엽
  • 승인 2011.06.1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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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을 두달여 앞둔 2008년 1월 하순 어느날 아침, 필자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 대표를 만났다. 민주당원으로서 다가오는 총선에서 출마하고자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뜻이었다. 정치 경험이라고는 2002년 정읍시장 선거(경선포함), 2006년 전북지사 경선 참여가 고작인 필자는 정치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저에게 공천을 주십시오’ 라고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 채 일반론만 피력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공천배제 등 불이익을 우려한 비주류 세력들의 탈당 움직임이 있던 터라 당이 파열음 없이 이번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당 대표마저 개입하지 않는, 아니 개입할 수 없는 공천 방식을 도입해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민주적인 공천을 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역설했었다. 물론 이렇게 하면 필자는 당시 정읍에서 공천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내 개인적인 공천을 요구하기 보다는 원칙론을 주장하는 것이 젊은 정치인으로서 떳떳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백면서생의 순진무구한 이상이었던가, 결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그 흔한 3배수 압축에도 끼지 못한 채 공천에서 배제되었고, 무소속이라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2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명정하고 있다. 당연하게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 그런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쉬 떨쳐 버릴 수 없다. 과거 군부독재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졍력은 ×끝에서 나오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풍자적 비판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에도 헌법 제1조제2항은 똑같았기에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지금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 권력의 최종 발원지가 국민이라는 이 대명제가 이제는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해보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권력하면 경찰서나 검찰청을 떠올리고 있다. 군이나 정보기관이 우선 떠올려지지 않은 것은 진척이라면 진척이다. 권력자 하면 대통령, 주요 국회직이나 당직,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을 떠올리고 있다. 자신들이 권력자라고 헌법에 분명히 명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국민들은 자신들이 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라고 규정하고 있는가? 몇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에 그치고 있는데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우리나라의 정치도 선진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정당정치를 기본 틀로 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주인인 국민을 주인의 자리에서 밀어내고 정치가 잘못가도록 만드는 주범은 바로 ‘정당의 실패’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고질적인 지역구도 정치가 한몫 단단히 가세하고는 있다. 일부 소수의 정당을 제외하면 말로만 당원이 주인이지 실제 주인은 몇몇 지도자들인 것이다. 대의명분과 원칙은 철저히 실종되고 소수의 명망가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우리 정당들의 엄연한 현 주소다. 당원들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그런 정당들이 구사하는 정치가 국민들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런 정치가 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당이 사당이 아닌 공당이 되어, 당원이 주인이 되어 제대로 작동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권력은 땅에서 솟아나든지 하늘에서 떨어져 운 좋은 몇몇 소수자들의 품에 안겨 국민들을 핍박하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물갈이’니 ‘전략공천’이니 하는 오만한 생각부터 거두어야 한다. 모든 것은 당원이, 국민이 결정하면 된다. 국민을 우매한 존재로 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사심을 갖는 소수자들의 오만이다.

<유성엽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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