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수학이야기> 마방진 이론
<김인수 수학이야기> 마방진 이론
  • 최고은
  • 승인 2011.06.16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학은 자연의 근원에 이르는 길이며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신비한 모습을 보는 듯 하는 아름다움이 수학에서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숫자들이 하나의 식으로 통합되는가 하면, 하나의 함수로부터 수많은 형태들이 풀려 나오기도 한다. 소립자들의 운동을 표현하는 파동방정식이나 마방진을 보면 자연의 복잡성을 단 한 줄의 방정식이나 아름다운 행렬식의 배열로 볼 수 있다.

수학의 전 역사를 통해서 자연의 질서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마방진(魔方陣)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마방진이란 1에서 n까지 모든 숫자들을 한 번씩만 사용해서 n행 n열의 배열을 만들었을 때 어떤 행이나 어떤 열이나 어떤 대각선의 수를 합해도 항상 합이 같아지는 배열을 말한다. 원래는 영어의 magic square라는 말을 마방진이라 번역한 말인데 사각형 모양을 방형이라고 하듯이 사각형 모양의 숫자배열을 방진이라고 한다. 마방진이란 여러 방진들 중에서 상하 좌우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은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는 마술적인 성질을 가진 방진이라는 뜻이다.

중국 하나라의 우임금은 홍수를 다스리려고 황허(黃河)의 지류인 낙수(洛水)의 물길을 고치다가 거북 등껍질에 새겨진 이상한 그림을 얻었다고 한다. 제갈량의 '팔진'도 마방진을 이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쪽을 봐도 군사들의 수가 같기에 같은 수의 군사로 진을 만들어도 전체 숫자가 더 많아 보여 적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진법이라고 한다. 수학이 발달한 중세의 이슬람에서도 마방진은 마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전장에 나갈 때 부적으로 쓰였다. 또 토성은 9차 마방진, 목성은 16차 마방진 하는 식으로 신비로운 천체들을 마방진과 연관짓기도 했다. 1에서 4까지를 가로.세로 각 두줄에 배열하는 2차 마방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3차 이상의 마방진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3차 마방진은 중국 낙서의 배열과 같은 한 종류뿐이지만, 4차부터는 다양한 것이 가능하다. 4차는 8백80개, 5차 마방진은 2억7천5백30만5천2백24개가 있다는 것이 계산됐다. 그러나 6차 이상의 마방진은 몇개나 있는지 현대 수학으로도 알아내지 못했다. 동양에서는 마방진 같은 정사각형뿐 아니라 여러가지 모양의 숫자 배열에 관심을 가졌다. 조선의 수학자 최석정은 육각형 아홉개가 거북등처럼 이어진 도형을 이용해 '지수귀문도'라는 것을 만들었다. 어떤 육각형이든 꼭지점에 있는 숫자들을 더하면 그 합이 93으로 같았다. 이처럼 옛부터 많은 사람이 마방진 같은 것에 몰두했다. 숫자를 절묘하게 배치해 좌.우.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게 만든 마방진에 매혹됐던 것인 듯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형태의 마방진들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론화하려는 연구들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2행 2열만을 빼고는 모든 방진에서 마방진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1행 1열(1차 방진)의 마방진은 숫자가 1 하나 뿐 이므로 당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2행 2열(2차 방진)의 방진은 마방진이 될 수 없다. 즉, 1, 2, 3, 4를 한번만 사용해서 상하 좌우, 대각선 방향의 숫자의 합을 갖게 할 수 없다. 그러나 3행 3열(3차 방진)의 경우에는 마방진이 존재한다. 첫 행에 4, 9, 2를 , 둘째 행에 3, 5. 7을, 그리고 마지막 행에 8, 1, 6을 넣으면 각 행이나 열, 대각선의 합은 항상 15로 일정한 수가 된다. 3차 마방진은 아마도 고대 동서양에서 많이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방진은 신비한 만큼 비밀스럽게 전수되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중국의 우 나라에서 거북의 등껍질에 새겨진 낙서(落書)라고 불리어진 유물이 있을 뿐이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16세기 초 독일의 광석 기술자였던 알브레히트 뒤러가 만든 4차 마방진이 있다. 그는 자신의 관 뚜껑에 ‘멜란 콜리아’라는 4차의 마방진을 새겨 놓았는데 이 마방진의 4행 가운데 두 칸의 숫자를 15와 14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를 연속해서 쓰면 그가 죽은 해인 1514년을 알 수 있도록 한 교묘한 마방진이었다.

이처럼 마방진은 그 교묘하고 신비함이 글자 그대로 마술적인(magic) 느낌을 갖게 한다. 때문에 마방진은 고대부터 자연 철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근대 수학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 관심은 17세기 중반 수학자인 페르마를 비롯한 수많은 수학자들이 마방진에 매료되었고 마방진의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오일러와 가우스시대에 이르러서는 흥미가 반감되었고, 현대 수학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이것은 마방진이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론화가 어렵고 다른 수학과 관계를 맺기가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자연수를 다루기 때문에 정수론과 관련되고 숫자와 조합을 다루므로 조합론에도 맥이 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마방진을 피상적인 관련성과 깊이 연결시키는 연구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