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도시 군산, 스포츠 옛 명성 되찾자
야구의 도시 군산, 스포츠 옛 명성 되찾자
  • 정준모
  • 승인 2011.06.1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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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국민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군산만큼 야구를 사랑하는 도시도 드물다.

최근 전북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창단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의 이미지와 경쟁력 제고에 ‘스포츠 마케팅’ 만한 게 없다고 한다.

야구도시 군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발상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군산과 애환을 함께한 야구

지금으로부터 39년전인 1972년 7월19일 당시 서울운동장.

이곳에서는 제26회 황금사자기 쟁탈 전국지구별 초청 고교야구대회 군산상고와 부산고 간 결승전이 열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관수 감독이 이끈 군산상고는 이날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9회 말까지 4대1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군산상고는 5대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야구사에 영원히 기억될 명승부를 만들었다.

군산상고 앞에 늘 ‘역전의 명수’라는 닉네임을 붙게 한 계기가 됐다.

군산 전역은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로 물결쳤고 선수단을 카퍼레이드로 맞는 등 말 그대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이후 군산상고 야구부는 특정학교 운동부가 아닌 군산을 대표하는 팀으로 격상됐다.

군산상고 경기 때마다 시민 수백 명을 태운 수십여 대의 버스가 응원 길에 나설 정도였다.

모든 게 야구로 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향인사들의 고단할 삶을 위로해주고 끈끈한 애향을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근래 들어 덜하지만 90년대까지 군산 하면 맨 먼저 나온 말이 (군산상고) 야구였다

또한, 군산의 야구는 기아타이거즈 전신인 해태타이거즈와 쌍방울레이더스의 창단에 중심역할을 했고 프로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기아 홈런왕 김상현을 비롯해 핵잠수함 투수 정대현(33·SK), 국민외야수 이진영(31·LG), 좌완 총알투를 자랑하는 차우찬(24·삼성)·이승호(30· SK),전태현(22·기아), 채형직(25·삼성), 오상민(37·LG), 한화의 안방마님 신경현(36)·유격수 이대수(30) 등 많은 선수가 현역으로 맹활약중이다.

또한, 대한민국 영원한 홈런왕 김봉연(59·극동대 교수), 김성한(53·프로야구 해설위원), 김일권(55·개인사업), 김준환(56·원광대 야구감독), 조계현(47·두산 투수코치), 백인호(48·기아 작전코치), 조규제(44·기아 투수코치) 등 한국 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군산은 국내 최초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주인공이 됐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우승하기까지 피땀흘린 감독과 선수들의 고뇌를 그린 ‘자! 지금부터야’는 야구팬들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군산과 야구영화와의 인연의 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개봉됐던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첫 도전을 그린 ‘글러브’도 군산 월명경기장 일원에서 촬영됐다.

역대 최고 투수로 평가되는 선동렬과 최동원의 감동적인 경쟁과 우정을 스크린에 담을 ‘퍼펙트게임’이 오는 8월 40여 일 일정으로 군산에서 크랭크인된다.

‘야구 도시’ 군산의 진면모다.



⊙ 2% 부족한 하드웨어

현재 군산에는 초등학교 3개(중앙·남·신풍), 중학교 2개(군산중·남중), 군산상고, 호원대학교 등 총 7개팀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팀들은 여전히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군산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특히, 군산야구의 저력과 열정은 비록 많은 게임 수는 아니지만 지난 2009년부터 열리고 있는 기아타이거즈 홈경기다.

매 경기마다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경기 당일이면 시 전역은 야구 열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야구 도시로서의 부끄러운 자화상도 있다.

바로 낙후한 경기장이다.

군산시가 개보수를 하는 등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최대 수용인원 1만3천명, 총 6기의 조명탑 규모로 지난 1989년 지어진 야구장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전북 연고의 프로야구팀이 태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음이 급해질 밖에 없는 대목이다.

많은 시민들은 “과감하게 시설 리모델링에 나서든 신축을 하든 대책이 세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산출신 이성일 전북도의원은 “경기장 신축이 어려운 만큼 우선 그라운드를 천연잔디 교체하는 등 선수와 관중이 만족할 수 있는 시설을 보완하는 데 역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참에 군산야구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른바 ‘야구의 전당’ 형태의 시설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상품화 하자”고 제안했다.

군산시 한 공무원은 “막연한 소릴 같지만 준설토 투기장으로 조성된 해망동 인공섬에 야구장을 건설해 경기강 확보와 구도심 활성화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자”는 의견을 냈다.

군산= 정준모기자 j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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