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음식의 메카가 되려면
전주가 음식의 메카가 되려면
  • 이명노
  • 승인 2011.06.1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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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하면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한지, 한옥마을, 합죽선, 태극선, 전라감영, 오목대, 덕진 연못, 판소리, 교육도시 등 저마다의 직업이나 경험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마 그래도 비빕밥과 음식 특히, 한정식이 좋은 곳이라는 데 대해선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전주 시민과 전북 도민들도 음식하면 전주라는 데 대해 자부심도 대단하다.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열의 또한 뜨겁다.

전주가 음식을 가지고 명성을 유지해 나가고 우리나라 식문화의 발전과 세계화를 선도해 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음식은 맛있게 만드는 것과 상품화 그리고 어떻게 내놓는가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음식의 상품화는 점점 가정에서의 조리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현대인의 생활상 변화를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하고 전망이 좋은 산업분야라고 생각된다.

음식이 산업화되고 세계인이 찾을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할까?

먼저, 맛의 표준화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김치를 보면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만들어도 시어머니가 만든 것과 며느리가 만든 것이 다르다. 숙성도에 따라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또한 매운 정도는 어떤가? 매운정도, 숙성도를 그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어 표준화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집집마다 다른 맛은 만든 그 집을 브랜드화하여 다양성을 유지한다면 표준화와 더불어 다양성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내용물의 정보화가 필요할 것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기본재료와 첨가물에 대한 정보, 설탕과 소금의 양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특정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특정 음식물을 싫어하거나 섭취량을 관리하여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작업은 해당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로 해당 음식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우리 음식의 고유 이름을 그대로 이용하여 외국인에게 인지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갈비찜하면 발음대로 갈비찜, 칼국수하면 그대로 칼국수라고 알파벳을 이용하여 기록하여야 한다. 밥은 밥이라 하고 스팀드 라이스(Steamed Rice)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쓰시, 이태리의 핏자처럼 말이다. 음식 만드는 방법을 요약하여 차림표에 음식의 이름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 그 음식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이름 없는 음식이 되어 버리게 된다.

넷째 카테고리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음식은 대부분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따라서 잡채와 같이 그 음식만 먹어도 되는 것과 김치나 다른 반찬들과 같이 밥과 곁들여 먹는 것, 그리고 양념들을 구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음식을 상품화하고 세계화하려면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관리해 줌으로써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한 정보화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이제 식당에서의 음식 제공에 대해서 몇가지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 전주의 음식문화는 아직도 공급자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한상 두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네 명을 기준으로 한상을 만들기 때문에 두 명이나 세 명이 먹어도 한상 값을 지불해야 한다. 손님, 즉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불합리한 경우가 없다. 네 명이 아닐 경우 바가지 쓴 기분이 들 수밖에 없고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전주를 다녀간 분들 중에서 인상이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농경문화에서 상을 차려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와서 먹던 그런 문화가 남아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는 손님이 오면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써브해 주어야 하는 산업화 시대이다. 차려 놓았으니 알아서 먹으라는 식은 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

그리고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상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빈 상을 채우기 위해 식사 끝에 밥과 함께 먹을 반찬을 미리 상에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음식은 적당한 물기와 온기가 있을 때 제 맛을 낼 수 있는 데 미리 차려 놓으면 음식이 마르고 맛이 없게 변하고 만다. 차림의 순서대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적당한 시기를 보아 음식을 내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한 음식에 여러 사람의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담그는 것을 꺼려한다. 이러한 점도 위생이나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 꼭 유념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우리 전북이 음식 한류의 본고장이 되기 위해서는 음식의 개발과 상품화뿐 아니라 음식문화도 우리음식과 세계인의 취향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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