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와 축제
전통문화와 축제
  • 나종우
  • 승인 2011.06.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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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잘살면 의젓하고 품위가 있어야 되는데 오늘 우리나라는 잘살면서도 품위를 잃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지금보다 어렵게 살 때 더 품위가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비록 가난했지만 예의와 품위를 지키고 살아왔던 조상,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의 칭송을 들었던 우리가 왜 이런 품위없는 졸부로 변했는가를 생각해 본다. 잘산다는 것에 대한 처음 시작이 잘못 된 데서 비롯된 것이 라고 본다. 우선 먹고 살기가 어렵고 힘들 때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고 외 칠 때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저 나만 잘 먹고 잘 입고 좋은집 갖고 사는 것이 잘살겠다는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대학大學』에 보면 무슨 일을 하든 근본으로 삼아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하였다. 즉 일을 함에 있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며 종말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 본말전후(本末前後)에 착오가 없음이 바로 성취에의 지름길이 된다.(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 道矣)고 하였다. 그런데 누누이 강조되어 온 바지만 경제제일주의가 표방되고 힘이 정의라는 사고가 팽배해 지면서 도덕이니 명분이니 인권이니 하는 기본적인 가치를 제쳐두고 오직 힘을 기르는데 만 피땀을 흘려온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의 품위없는 졸부의 나라를 건설한 것이다. 그 결과 아름답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는 것을 잃어버렸다. 아름답게 사는 것은 더불어함께 잘사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함께사는 정신을 잃어버린 계기는 일제의 식민 통치기간에 ‘민족문화 - 전통문화’를 상실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민족문화와 전통문화는 한 민족이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만들어진 생활능력의 총 복합체라 할 수 있다.

사회는 다양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 다양성이 하나로 모아지는 귀일성(歸一性)이 있어야 한다. 큰 공동체의 응집력이 있어야 다양성이 활력으로 작용한다. 응집력이 없는 다양성은 무질서와 혼란을 가져 올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병증(病症)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과거와 같이 저항적 민족주의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여전히 민족문화에 속하고 국제화 개방화 시대의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문화적 민족주의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민족문화 - 전통문화’의 현대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의 오늘의 상품은 ‘문화상품’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하고 실제로 지금 곳곳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며칠전 프랑스 파리 제니트 공연장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인 파리’공연에서 나타난 케이팝(K-pop · 한국대중가요)열풍은 정말 대단했었다. 한국어로 합창하며 따라 부르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뭉클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며칠전 우리 전주에서는 올해가 두 번째인 ‘2011전주 아시아태평양무형문화유산축제’ 와 ‘전주대사습놀이’ 축제가 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렸다. 이런 모든 것들은 ‘문화상품’으로서의 모든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문화상품이 인기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다음 상품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로는 지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역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데서부터 자신감과 자존심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태무형유산쎈터가 전주에 건립되는 것은 한국적인 멋스러움이 남아있는 도시라는 것이 바탕에 있기 때문일 것이며, 판소리를 전주에서 들어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전주가 국악의 메카라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도시의 외형적인 것도 전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디자인 되어야 하고, 이번 아태축제기간중 초청공연 된 임실필봉농악, 매사냥, 전주기접놀이 등의 무형문화유산의 원형보존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외형적인 전승뿐만 아니라 그 정신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그것을 축제에 접목시키면서 정신을 이어가도록 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전통문화에서 사회통합의 지혜를 배우고 다시 일으켜 세울 때 훌륭한 문화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축제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대립물이 아닌 상보적 통일체로 바라보면서 축제를 치루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대립이 아닌 조화의 철학속에서 만들어졌고, 나보다 ‘우리’를 강조하는 공동체 윤리가 여기에서 피어났다.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연기자와 관객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을 만들 때 축제를 질 좋은 문화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축제를 통해서 우리의 가족제도와 마을 공동체 전통이 주목 받고, 사회의 다양성이 하나로 귀일되는 귀일성의 축제를 만들어 가야 된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지혜를 다시 일깨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축제를 해야 되는 것인가? 어떻게 품격 있는 축제를 만들 것인가?

축제를 통해서 어떻게 민족문화와 전통문화의 복원을 이루어 낼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다음 축제를 꿈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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