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NIE) 추억의 계단은 결국 미래로 가는 것
(중등NIE) 추억의 계단은 결국 미래로 가는 것
  • 최고은
  • 승인 2011.06.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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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여고 3학년 이준영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있었을까? 어머니 품에서 걸어 나와 지금껏 달려온 내가 지금의 나일 것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인 것 같다.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하여 꾸준히 자신을 발전시키며 나아간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과거의 부족한 ‘나’와는 멀어지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찾기 위해 앞을 향해 가리라.

그런데 나는 가끔 어린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왜 과거를 떠올리는 것일까. 지금 수능시험을 앞두고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왜 이 일을 놓아두고 멍할 때가 있을까. 앞을 향해 달리기도 바쁜데 뒤까지 돌아보는 것은 소모적이기 짝이 없는 행동인줄 아는 데도 왜 추억에 잠기는 걸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계단을 쌓고 있는 것 같다. 아주 느리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계단을 쌓아가고 있다. 나도 나의 계단을 쌓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 계단을 나는 되돌아본다. 오늘도 나는 또 한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렇게 한 개, 두 개 계단을 오르다가 너무 고되고 지쳐서 이제는 얼마나 올라왔을까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게 되고, 쭉 이어진 계단 위로 과거의 나를 본다.

3월 하늘에 하얗게 눈이 내려도 별 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불쌍한 모습 뒤로 눈 내린 언덕에 큰 눈사람을 만들고 자랑하는 어린 날의 모습이 보인다. 4월 봄바람에 봄꽃이 고개를 든 줄도 모르는 바쁜 모습 뒤로 꽃반지를 들고 기뻐하는 지난날의 모습도 보인다. 이렇듯 추억을 갖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계단을 보며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현재를 사는 내게 새로운 힘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미래를 위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언젠가는 또 하나의 튼튼한 계단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을 열면 더 성숙한 미래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강평>

논술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적은 일종의 수상록이다. 시간의 가치와 이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뛰어나다. 삶의 위상 변화를 ‘계단’이라고 표현한 것도 신선해 보인다. 좋은 글은 어휘도 풍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준영의 글은 아쉽다. 아무리 자신에 삶에 대한 글이라고 할지라도 ‘나’라는 어휘가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김판용(시인?아중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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