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착(穿鑿)하는 자의 웃음
천착(穿鑿)하는 자의 웃음
  • 유춘택
  • 승인 2011.06.09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류문화가 동남아를 넘어 온 세계로 질풍노도처럼 번져 한국을 알아가는 서양 사람이 많아졌다. 그들이 기여한 국익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 말고도 상상초월의 창출이다. 최근 증가하는 탈북자며 귀화 희망자 수가 다문화가정 탄생과 더불어 기하급수적이라 하니 이 나라의 대외에 비쳐지는 위상 역시 커지리라 기대된다. 그들을 위한 복지정책 수립이 입법화 수준 까지 이르고 있어 소위 선진입국의 기대를 모으는 바 이기도 하다. 허나, 그처럼 비대화되는 다문화 속에 기필코 변모해야할 일들이 정체되어 사실상 기형적 양상을 보이는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모두 깊이 있는 성찰을 해볼 필요를 느낀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안영이란 훌륭한 재상이 있었다. 대단한 학식과 덕망을 지니고 일국의 재상이라는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 집 마부의 아내가 하루는 남편을 불러 앉히더니 정색을 하고 이혼을 제의하였다. “아침마다 문틈으로 가만히 내다보면 노 재상께서는 이름 없는 선비처럼 수줍게 마차에 오르시는데, 겨우 그 분의 말이나 끌고 있는 당신의 거동은 어깨춤이 절로 나오고 기고만장해서 으쓱대는 것이 마치 마부와 재상이 뒤바뀐 것만 같습디다. 내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남의 집 마부 신세로 지내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속 좁은 남자인줄 알고 어떻게 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장래성이 없으니 이 길로 보따리 싸가지고 친정에 내려가 농사나 지을 랍니다.” 그 한마디에 마부는 소스라치듯 크게 깨달았다. 그 후부터 자세가 달라져 열심히 정진한 결과 끝내는 제나라의 장수까지 될 수가 있었다. 재상의 마차를 몰고 다니는 마부가 재상보다 더 기고만장하는 것은, 재상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자신도 잘났다는 착각에 빠지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전형이다.

겸손은 인간에게 소중한 미덕이지만, 소중한 만큼 또 찾아보기도 힘들다. 친절과 겸손은 자신이 있는 사람한테서만 우러나온다. 자신이 없으면 경계하고 도사리고 발톱을 세우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수양이 부족하다든가 비인격자라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타인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하여 실제적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자존심, 명예심이 솟아난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감이 생기고, 겸손해지면 친절이 배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가리켜 우리는 수양이라고 부르며 그가 수양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매사를 깊이 성찰해 보는 일도 없고 또 열심히 살지도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설적인 대 부호 록펠러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25센트 이상의 팁을 내놓는 일이 없었다. 참다못한 웨이터가 하루는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록펠러 사장님, 사장님의 아드님께서는 식사를 할 때마다 10달러씩 팁을 주는데 사장님은 왜 그렇게 인색하십니까? 사장님께서는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록펠러는 싱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녀석한테는 나처럼 돈 많은 아버지가 있지만 난 그렇지가 못하거든.”

25센트와 10달러의 차이는 바로 이런 것이다. 록펠러는 또 그 건방진 웨이터한테 이런 말을 한마디 더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10달러의 팁보다 25센트의 팁이 더 값지다는 것을 모른다면 자네도 고생 길게 하겠네.”

10달러짜리 마부보다 25센트짜리 재상이 더 값진 것은 겸손의 차이다.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낮은 자의 위에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록펠러의 근면, 성실은 25센트의 팁에서 그 상징성은 충분했던 것이며 제나라의 재상 안영의 마부가 보여준 참회 뒤의 각고의 노력이 가져온 값진 성공이야말로 이 시대의 귀감이다. 내일을 살아갈 새 세대에게 거룩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천착하는 자에게는 기필코 웃음이 뒤따른다. 이제는 이 나라의 위상변화 위에 소위 궂은 일로 대표되는 3D속에 살아가는 낮은 자를 위한 가진 자의 고뇌가 진정 그들을 위해 깊이 있게 문제를 찾고 해결하고자 하는 “천착(穿鑿)하는 자의 웃음으로 승화,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