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의 시민운동과 영향력의 정치
시민단체의 시민운동과 영향력의 정치
  • 최낙관
  • 승인 2011.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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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의 시민단체에 의한 시민운동은 휴면기인가?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한국의 시민사회는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이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자유와 정의를 위한 질주를 시작했고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이슈를 제기하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출현하면서 시민사회의 경쟁적 분화는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국내의 환경변화와 함께 한국의 다양한 시민단체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 성장을 했고, 21세기가 시작하는 2000년을 ‘한국 NGO 혁명의 해’로 기록하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시민사회는 과거에 비해 역동성이 줄어들고 점차로 활력을 상실하는 우려스러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큰 틀에서 우리 한국사회의 정치와 경제민주화가 비교적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면서 제 3섹터인 시민사회의 역할이 일시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때, 시민사회의 역할 축소는 그간 시민운동을 주도했던 운동진영의 세대교체가 지연되면서 시민사회가 역동성을 상실하는 ‘경화증’을 앓고 있다고 진단해 볼 수 있다. 즉 리더들의 노쇠화와 타성으로 시민운동이 현실감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발굴하고 선점하는데 실패해 다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최근 시민운동이 좌-우 도식의 이념적 문제를 벗어나 우리 주변의 다양한 소비주체들의 생활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는 새로운 운동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주지하고 동의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현 시점에서 시민단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며 사회정의와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민운동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경실련은 최근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일반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와 고속도로 통행료를 폐지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통행료 폐지와 관련하여 경인고속도로는 법으로 정한 통행료 징수기간인 30년을 넘겼고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만큼 통행료를 계속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도 이동통신 3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요금과 관련된 근거 자료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보공개와 함께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이러한 시민행동과 운동들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합법적인 틀 내에서 시민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이른바 영향력의 정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시민을 위한 시민단체의 권익주창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시민사회와 시민단체가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역할임에 틀림없다. 좀 더 부연하면 권익주창 시민운동은 현실적 차원에서 정부정책의 변화, 제도화, 입법화를 추진하는 거시적 차원의 정책활동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경우에 권익주창 NGO들이 이 역할을 자청하는 것은 그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제 3섹터인 시민사회가 정부실패와 시장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일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기구(NPO) 그리고 자원조직(VO) 등과 같은 시민단체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인간의 욕구와 이에 상응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와 시장의 지배로부터 시민사회를 보호하는 보호막이자 방어선인 것이다.

이러한 당위성은 지역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지역사회에서 자생하고 있는 풀뿌리 시민단체들도 시민단체가 수행해야하는 본연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시민단체들 사이의 탈이념적 초계급적 연대와 소통이 지역사회 역동성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본다. 예컨대 최근 우리 지역사회 LH유치 실패와 관련하여 자성의 촉구와 함께 책임론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이후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숙고와 연대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이슈와 대안을 마련하여 여론을 주도하는 ‘영향력의 정치’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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