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 정체성의 위기
전북 지역 정체성의 위기
  • 이영원
  • 승인 2011.06.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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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전라북도 인구는 175만 5천명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도세(道勢)를 반영하는 한 지표인 것을 감안할 때, 감소세에 있는 전라북도 인구가 전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일부 고무적인 현상은 미미한 수치이긴 하지만 출산율이 전년 대비 0.09%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다소 희망을 준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community)라는 개념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 구별되는 집단’과 ‘비 지리적 구분이면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이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후자의 경우, 지리적 구역에 제한하지 않고 서로 공통된 관심사나 이해관계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집단으로 흔히 같은 취미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인터넷 카페 등 동호회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에 비해 지리적 구역에 따라 형성되는 커뮤니티는 지역적 구분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사회 개념과 유사하다. 지역사회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가치들이 포함된다.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지역민들 또한 지역의 특성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은 지역 정체성(community identity)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역민이 갖는 지역 정체성은 지역적 특성과 함께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 내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다. 즉, 지역 사회와 지역민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지역민은 지역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감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지역 정체성이 형성돼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 정체성은 지역의 특성이나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크게는 시도 권역별로, 작게는 마을 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즉, 다양한 인종이 함께 생활하는 지역의 경우, 동질성이 높은 지역과는 그 속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타 지역의 주민들에 비해 복잡하고 다양한 속성의 지역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지역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고, 지역 사회와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지역 정체성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지역민의 결속을 가져오며 집합적 성격을 띠게 되는데, 버크너란 학자는 이를 응집(cohesion)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지역 정체성이 강할수록 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소속감이 높으며, 이는 지역의 결속을 높이는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라북도는 전통과 멋의 도시, 예향의 도시이면서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특히 양반의 도시라는 전주의 이미지 속에는 정적이면서 포근한 포용력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타 지역 사람들이 이 지역에 이주해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지역민들에게 소속감이나 애착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전라북도는 말 그대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다. 희망이나 가능성 보다는 대립과 상실, 소외와 무력감이 전라북도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유례 없이 5개월 가까이 계속되었던 전주 시내버스 파업은 갈등 해결과 시스템 개선 노력의 부족과 함께 사회적 감시도 소홀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계속되는 국책 사업에서 전라북도의 소외는 신뢰성을 잃어버린 중앙 정부의 무책임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와 함께 지역 행정부와 정치권의 정보 수집과 전략개발의 노력과 효율성이 충분했는지도 반성해 볼 일이다.

이러한 자기 반성은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민의 지역 애착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지역민이 갖고 있는 지역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도 높이고 지역의 응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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