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나라! 선배님의 나라!
관료의 나라! 선배님의 나라!
  • 김남규
  • 승인 2011.06.03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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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읽다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비리관련자들의 로비 관계를 파악하려면 머릿속에 도표를 그려 넣어야 되기 때문이다. 여러 도표를 오버랩 시켜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구조적인 문제가 항상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서민은행이라고 일컫는 저축은행의 부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지역 또한 전일저축은행의 부도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수많은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정부와 언론은 저축은행 부도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영업정지 정보를 누가 어떻게 빼내서 예금을 사전에 인출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조사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도 사건은 부도의 원인을 제공한 권력형 비리 자들에게 그 책임을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부실을 눈감아달라고 청탁하고, 거액의 불법·부실대출 사실을 그냥 넘어가고, 금품을 제공하는 한편 정작 감독과 감사를 제대로 해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관련 기관에 재취업해서 사회이사와 감사를 맡아 상부 감독기관에 로비를 한 주범들(비리 관련 전·현직 공직자들)에게 철퇴를 내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큰 도둑은 잡을 생각이 없고 작은 도둑만 쫒고 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전관예우가 너무나 잘 작동되고 있다. 전관예우는 전직자에 대한 배려나 도덕적 예우가 아니다. 전관예우는 매우 불공정하고 부도덕적 행위며 고위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관료들의 카르텔이다.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6대 로펌의 고문과 전문위원의 절반 이상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주요 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채 1년도 안 돼 로펌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나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법조계뿐만 아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대기업과 주정업체로 7~8곳으로부터 7억원 가량을 자문료 명목으로 챙긴 사건과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최근 벌어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회사에 관여(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회사의 사무총장은 김 전 원장의 재무부 근무시절 후배이고, 금감원 직원 출신이 상근 감사위원으로,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등 전직 관료들의 인맥이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다.

기업에서는 퇴직한 고위공직자 모시기가 성업 중이다. 좋은 방패막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 관련 부처에 가면 ‘선배님’으로 통하는 이들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법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부실과 불법쯤이야 잠깐 눈감아 줄만큼 위력적인 파워집단인 셈이다. 이들의 공생 관계로 저축은행 부도처럼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서민의 몫이 되었다. 정부와 언론이 관료들의 카르텔이 저지른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양념거리로 취급하면서 예금을 미리 빼낸 사건에 주목하고 집중 할수록, 서민들에게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한 힘없는 처지를 한탄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자꾸 사람들의 머릿속에 출세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 관료의 나라, 선배님의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출세해야 한다고 말이다.

공직자윤리법에 고위공직자들의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급이나 직무분야에 종사하였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상태여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전면개정 할 필요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업무연관성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취업제한 대상기관의 종류와 규모를 확대해야하고 재취업 제한 기간 역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시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 공직자 윤리법을 전면개정하고 강화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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