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진실과 과장 사이 그리고 교권
동영상, 진실과 과장 사이 그리고 교권
  • 김정훈
  • 승인 2011.06.02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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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천의 여고사가 학생을 때리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사회적인 파문을 불러왔다. 이 파문을 지켜보면서 학생인권을 특별하게 보장하는 근거가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그러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동영상의 원인과 결과를 침착하게 되새겨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다. 놀이기구에 빠져들어 의도적으로 한 시간 넘게 늦게 돌아온 학생들. 연락도 되지 않는 그 학생들을 기다리던 담임선생님은 오죽이나 애간장이 녹아내렸을까? 한편에서 일어나는 동병상련이다. 그렇다고 저렇게 심한 체벌을 할 수 있을까? 혹여 동영상의 시각적인 효과가 더욱 난폭한 모습으로 비치게 한 것은 아닐까? 아직도 체벌에 의존하는 학생지도 방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근심이 반, 안타까움 반이다.

최근 교권상담을 하였다. J지역 J여중에서 일어난 일이다. 체육대회 행사 중에 교사에게 욕설을 한 학생을 지도하던 교사의 체벌 시비가 일어난 것이다. 다음날 해당 학생이 아닌 다른 학생의 외조부가 찾아와서 거센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때 그 할아버지가 처음 한 말이 30분짜리 핸드폰 동영상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 한마디에 해당 교사는 물론 교장, 교감 모두 기겁을 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정지된 모양이다. 아직도 동영상 존재 유무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그 할아버지의 말 한 마디에 사건이 꼬여 갔다. 교감은 교사의 뺨을 서너 차례나 폭행 수준으로 때렸다고 전해진다. 그것도 교장, 학부모, 다른 교사들이 보는 자리에서 말이다. 가공할 만한 동영상의 위력이다. 교장, 교감의 처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교사의 잘못과 교권의 보호는 별개인데 학부모들에게 무수한 욕설과 모욕을 당하고 있는 교사에 대한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해당 교사에게 연가와 병휴직을 강요하였고 수업권 박탈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고 한다. 물론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임의적으로 자행된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학생들에게 3차례 이상 ‘그 선생님에 대한 모든 것을 쓰라’는’ 설문조사를 반강제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가히 인격살인에 해당하는 일이다. 그 설문조사에 의해 이제는 성추행 교사라는 혐의를 받으며 불법적인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진실의 문제다. 동영상이 광경을 찍을 수는 있지만 진실 또는 사실을 다 말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사건을 확대 과장하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J여중 교사는 체벌도, 성추행도 강력하게 부인한다. 이를 확인해줄 동료교사도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동영상에서 출발한 시비는 급기야 한 교사의 영혼을 파괴하는 극심한 교권유린으로 변해버렸다. J여중 교장, 교감은 해당 교사에게 제기된 문제를 공정하게 조사하여 징계가 필요하다면 도교육청에 보고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절차를 준수하면 될 일이었다. 현장 강력범도, 성폭행범도 아닌 학생지도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를 가지고 교권을 유린한 것이다. 이는 극심한 보신주의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교사들은 이제 동영상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 수시로 핸드폰을 들이대는 학생들과의 실랑이는 없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학생들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 권리에 대한 보장이 명문화되면, 교사들도 그 체계에 따라 관행적 체벌을 버릴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과도기적 폐해가 한 쪽을 차지하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을 이유가 없다. 현실적으로는 사소한 체벌도 학부모와 학생들에 의해 이미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제정이 오히려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간이 일어나는 교사에 대한 부당한 협박과 교권 침해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 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학교의 교장, 교감이 교권을 지켜주는 1차적인 버팀목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과 진실에 입각해서 엄정한 시선을 가지면 된다. 교사에게만 권위적으로 군림하며 부당한 교권침해를 막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에 합세하거나 자기 자리만 바라보는 교장, 교감은 없어야 한다. 그들에 대한 교권교육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신뢰가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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