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달라져야 하는 교육과정
57. 달라져야 하는 교육과정
  • 문창룡
  • 승인 2011.05.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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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교육과정으로 말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1항에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교와 교육과정은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다. 학교가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면 그 학교의 경영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교육과정이 수업개선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의 바람직한 행동변화’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행동변화는 수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땅에 고액과외와 사교육이 판치는 이유는 결국 교육수요자들이 학교의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데 있다. 신뢰받는 수업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가르치면 배워야 하는 대상’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현상이나 연구주제를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Denis Lawton은 그의 저서 ‘교육과정 개혁과 교사의 전문성’을 통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문자가 없던 소박한 사회가 있었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능이 필요했다. 물고기를 작살로 잡는 것, 봉으로 말을 넘어뜨리는 것, 불로 호랑이를 쫓는 것이다. 그들의 학교에서는 작살 끝을 날카롭게 깎는 법과 봉을 사용하는 방법, 불을 피우고 운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갑자기 불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곰이 그들에게 나타났다. 그들의 학교는 여전히 작살과 봉 사용법, 불 운반법 등만을 가르치고 있었다. 학교 밖의 선구적인 사람들은 곰을 잡기 위해서는 덫과 그물을 설치하고 구덩이를 파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 밖의 사람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곰이 걸려든 것을 목격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했다.’고 한 그의 말처럼 학교는 변하지 않으면 답답한 모습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교육과정이 역할을 못하는 학교에는 감동과 감화가 없다. 학생들의 행동 변화는 더욱 기대할 수 없다. 교육과정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교육과정을 만들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자료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교육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좋은 수업에 대한 안목도 이 과정에서 생긴다. 이러한 학교는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은 지역의 특수성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전교생이 11명인 일본의 야시로 초등학교(Yashiro Elementary School)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야시로초등학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인 동굴(Akiyoshido Cave)의 가이드 활동을 학교재량활동으로 연중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의 교육과정은 전교생을 매우 수준 높은 동굴 가이드로 만들었다. 야시로초등학교는 일본 전체를 감동시켜 극찬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와 자랑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점을 교육과정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들이 어디를 가나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이유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학교의 색깔이며 돌파력(Pow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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