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여유로움을 배우자
자연의 여유로움을 배우자
  • 서삼석
  • 승인 2011.05.3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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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확, 모내기에 여념이 없는 농부의 조급한 마음을 위로나 하듯 트랙터, 컴바인, 이앙기가 서로 아양을 떨며 부지런히 들판을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그리 싫지가 않다. 더구나 잘 익은 보리가 작은 바람에도 “스르르” 파도를 타듯 출렁이며 익어가는 풍광은 학창시절 보리쌀을 섞었는지 도시락 검사를 했던 선생님의 모습을 아련히 떠오르게 하고, 채 익지도 않은 보리이삭을 잘라 대충 불에 그을려 손과 얼굴이 시커멓도록 씹어 먹었던 친구를 보고 싶게 만드는 등 지난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자.

어머니가 정성껏 지어 주던 보리밥이 먹고 싶어 보리밥집을 찾고, 친구와 뛰놀았던 지난 추억을 되살리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보리밭을 구경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 기간을 보릿고개라 하여 보리서리를 하는 등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虛費)했다. 지금 우리의 생활은 어떤가? 넘쳐나는 농산물 속에서 가장 좋은 상품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割愛)하고,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낭비로 여기며 곧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수집하는 데 치중하고 있지 않는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사람에게 아무거나 대충 먹으라 한들 쉽게 먹을 것이며, 보릿고개를 이야기 한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득이 늘어나고, 생활환경이 나아진 것은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지만, 감성(感性)이나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아 간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흔히 교육을 이야기 할 때 배고픈 자에게 “고기를 잡아 줄 것인가?” “고기 잡을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인가?” 하는 물음을 하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하고 그것이 틀림없다 자신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처 두고, 시간과 노력을 많이 요(要)하는 길을 택하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직선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라고 묻는 공익광고를 누구나 한두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며, 대부분이 그것을 공감 한다. 이제 자연에서 너그러움과 여유, 배려와 희생 등 순리를 배우며 학부모가 아닌 부모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

콘크리트, 아스팔트에 익숙해져 여유조차 갖기 힘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 한번쯤은 전원생활을 꿈꾸어 봤을 것이며, 도심 속에서 마주치는 곧고 넓은 도로와 시끄럽게 울어대는 자동차소음 대신 투명하게 흐르는 실개천에서 이름 모를 새들과 벗이 되어 여유로운 삶을 원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먹을 게 없어 할 수 없이 먹었던 보리밥이 건강식이 되어 도시민의 입맛을 당기고, 그 흔하디흔한 보리밭이 지난 시절 향수(鄕愁)를 불러올 수 있도록 관광 상품으로 개발이 되고 있다. 더구나 머릿속에 간직했던 지식을 생활에 활용해 지혜를 키우고, 체험이 나만이 간직한 소중한 추억과 평생 잃어버리지 않는 재산으로 인식하면서 책과 씨름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뛰놀며 배우는 교육이 활성화 되고 있다. 편리한 생활보다는 좋은 자연환경에서 정다운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여유로움과 자연의 멋을 즐기며 가족과 함께 소박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여유로움에 빠져든 직장인,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전원에서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학부모,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도시은퇴자 등 꿈으로만 여겼던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으며, 유력인사, CEO, 대기업 간부 등 사회지도층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서 농업법인을 만들고, 귀농하여 부농으로 성공한 사람이 늘면서 실제로 농촌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자체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원생활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낭만적이고 여유롭지만은 않다. 귀농의 위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자체 등에서 많은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연환경이나 생활여건이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현지적응을 위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농촌생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선택한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준비해야한다. 이제 농촌은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여유로움을 간직한 생활공간으로, 자녀를 위한 교육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고 있다. 흙을 밟고 땀을 흘리며 성취감과 보람을 맛본다면 먼저 가야만하는 조급함이 사라져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제 나만의 주장, 더 가지려는 욕심, 꾸밈으로 허비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국토의 아름다움에 취해보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삶에 활력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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