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짝퉁을 만든다
가짜가 짝퉁을 만든다
  • 이한교
  • 승인 2011.05.27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득 어머니가 그립다. 이맘때면 부러진 낫 몽당이를 갈아 만든 칼로, 쑥을 캐다가 개떡을 만들어 주셨다. 먹기 싫다는 데도 입에 꾸역꾸역 자식의 주둥아리에 밀어 넣어 먹게 했다. 언젠가 마누라더러 이 개떡이 먹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때마다 도시 근교라 오염되었을 수도 있으니, 주말에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가서 쑥을 캐오겠다고 한 지 수년이 지났다. 정말 쑥 개떡이 먹고 싶었다. 시장통에서 사 먹으려 해도 꺼림칙했다. 혹 지저분하게 처리된 가짜 개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작심하고 직접 낫을 들고 시골을 찾았다. 차를 제방에 주차하고 지천으로 널려 있는 쑥을 ‘척척’ 낫으로 잘라 마대자루에 담았다. 이것을 집으로 가져와 연한 순으로 고르고 또 골라 쑥떡을 해 먹었지만, 왠지 부족했다. 쑥에서 나는 풋풋한 향기가 없었다. 싸라기 쌀이 아닌 특미(特米)로 만든 쑥 개떡이었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없었다. 투박하고 시골스러운 맛, 은은한 쑥 내음,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자연스러우면서도 사연을 간직한 어머니 표 개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진짜 쑥으로 만든 개떡을 먹을 수 있었다.

요즈음엔 개떡 하나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가짜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먹는 음식물까지, 농민이 사용하는 살충제, 심지어는 논리(論理)와 약속까지 짝퉁이 설쳐대고 있다. 자신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물음을 던져야 하는 세상이다. 속지 않으려 모든 감각을 동원하며 살지만, 속고 속이는 세상에 사는 것이 슬프다. 진짜(진실)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다. 기다림과 정성이 깃들어 있고, 그렇다고 화려하지 않으며, 나부대지도 않는다. 무례하게 강요하지도 않으며, 겸손하고, 특히 정의로우며, 약자를 무시하지 않는다. 경청하고 배려할 줄 알며, 깊은 애정도 있다. 그리고 이해와 감사가 있으며, 약속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배신하지 않으며,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하고, 아픔을 위로 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진짜의 모습이다. 반면 가짜(거짓)는 화려하다. 소란스러우며, 거만하고, 제 잘난 맛에 산다.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며, 잔인하고 오만하며, 거북하고 배은망덕하다. 상대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오히려 화를 낸다.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철면피다. 그리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선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독식가가 판치는 세상에, 정부마저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면 국민은 의지할 곳이 없다는 얘길 하고 싶다.

정부는 진정한 논리로 신뢰를 받아야 한다. LH공사 유치를 놓고 승자독식이라는 말이 절대나 오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와 설명을 했다면 박탈감에 사로잡히거나,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묻고 싶다. 전북도민의 원성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인가. 전북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심한 내홍(內訌)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을 방관하는 정부, 왜 쓰러져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가. 목청이 찢어져라 외치는데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의도적이라면 이것은 분명히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위로받기는커녕, 이미 물 건너간 일이 아니던가.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고기가 자신만 보지 못하는 우스운 꼴이 아니던가.

필자가 보기엔 도민 모두가 온 힘을 다했다. 굳이 잘못을 따진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힘없는 호남 당으로 몰표를 준 상태에서, LH공사 유치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호남에서조차 곁가지 취급을 받고 있는 전북은 혼자였다. 따라서 전북이 해야 할 일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을 황금분할 해야 한다. 공천이 당선이라는 등식을 깨부숴야 한다. 전북의 정치 구도를 바꾸지 않는 한 전북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직접 낫을 들고 쑥을 잘라 개떡을 해먹듯, 가짜 정치인을 가려내야 한다.

전북은 LH공사 유치 실패의 박탈감에서 벋어나, 책임론을 내세우거나, 지역감정을 앞세워 이득을 보려는 진짜 같은 가짜에게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가짜가 짝퉁을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는 얘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