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군산공항, 2007년 무안공항
1938년 군산공항, 2007년 무안공항
  • 이상직
  • 승인 2011.05.26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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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클린턴의 최대 구상이었던 ‘의료보험제도 개혁’이 상원과 하원에서 표결에 붙여지지도 못하고,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겨우 위원회 수준의 검토로 끝난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공공정책이 그처럼 참담하게 종말을 맞았던 적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기서는 ‘이익집단’을 보고자 한다. 클린턴은, 개혁을 지지했던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기대했던 것만큼 지지를 받지 못했다. 반면, 곧 기득권을 잃게 될 의료보험협회 등은 예상을 뒤엎는 격렬한 반발을 보였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로비스트들은 의원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사람들은 대대적인 광고에 노출됐다. “새로운 의료보험제도는 우리 사회를 공멸의 길로 안내할 것입니다.” 여기서 승부가 났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의료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인들의 숫자는 수백만 명에서 수천만 명으로 늘어났다.

연일 ‘지방공항’이 화두(話頭)다. 최근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 움직임에 대해 광주와 전라남도의 정치권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허용하면 군산공항과 무안공항이 함께 공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은 호남권의 공멸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 그들의 얼굴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한낱 ‘이익집단’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있는 걸까?

지방행정공공기관 31개 중 87%인 27개 기관이 광주전남에 편중된 것도 모자라, 사실 DJ정부시절 20여년 넘게 추진되어 오던 전라북도민의 염원이었던 새만금방조제 사업이 중단됐었다. 그 이유는 환경단체의 반발 등 여러 가지 속사정이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전라남도 목포·해남지역에 J프로젝트라는 신종 프로젝트가 탄생하면서 갑자기 중단된 측면도 있다. 지금 J프로젝트의 현실은 어떠한가. 새만금의 발목을 잡으면서 비슷한 내용의 수 조 원짜리 국책사업을 끼워 넣기 해놓고, 이제는 ‘사업축소’가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얼마나 전북인들을 우습게보면 그런 현상이 재현될까. 소지역이기주의의 재판이 우려된다. 새만금은 일개 지역사업이 아닌 국가프로젝트다. ‘동북아의 두바이’를 꿈꾸는데, 국제공항과 신항만은 충분요건이 아닌 필요요건인 것이다. 새만금에 특화된 우주항공산업, 신재생에너지, 웰빙산업, 전통문화 및 영상산업과 연계된 관광산업 등은 전북의 미래를 위해서 일각도 지체할 수 없다.

이스타항공은 군산-제주노선과 관련하여 ‘특별하게’ 적자를 감수하며, 2009년부터 취항하고 있다. 이는 새만금이라는 미래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게 될, 새로운 항공수요를 확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군산공항은 193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공항이다. 1940년의 김해, 그리고 1942년에 만들어진 김포와 제주공항에 앞선다. 군산공항이 진짜 원조공항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군산공항은 미군기지인 관계로 우리 땅이지만, 미군에 돈을 내고 빌려 쓰면서 국제선 항공노선은커녕 국내선도 이스타항공과 대한항공이 하루에 제주왕복 2회만 운항하고 있는 반쪽 공항이다. 그나마 다행히 부정기 국제선 운항을 위해 정부와 미군의 협의가 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같은 호남으로서 ‘이웃’을 자처하는 광주·전남이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시비를 거는 것은 옳지 못한 소지역이기주의일 뿐이다. 그동안 전북도민들이 광주공항이나 무안공항을 이용해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 편협한 소지역이기주의로 대응하기보다는 오랜 세월 ‘호남형제’로 지낸 의리를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항원조 군산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위상을 갖추는 것은 새만금사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국제공항이 있어야 기업과 투자유치가 가능해지고, 새만금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북의 꿈과 새만금의 비전을 대한민국 하늘을 넘어, 전 세계로 실어 나르고 싶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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