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걷어차기
짝사랑 걷어차기
  • 김진
  • 승인 2011.05.2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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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사랑 하나가 지워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점심 먹을거리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이 가게는 칼국수 집으로는 너무 소문이 나서, 이제 전주국제영화제와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전주를 찾는 이들이 꼭 들려가는 코스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탄 집이다. 그래도 단골삼아 15년 가까이 다녔던 집인데, 이제는 가기 싫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계속되는 칼국수 값 인상에, 음식에 대한 情과 맛을 잃어서다.



* 돈 앞에 장사 없다

밀가루 제분업체들은 올 4월 초, 밀가루의 출고가격을 약 9%정도 인상했다. 그중에서 칼국수를 만드는 중력분은 20㎏을 기준으로 중력1등급은 1만5300원에서 1만6620원으로, 강력1등급은 1만6800원에서 1만8250원으로 각각 올렸다. 결국 20kg 한 포대에 1000원~1500원 남짓 오른 것이다. 한데 흥미로운 사실은 밀가루 가격이 2008년4월 이후 3차례에 걸쳐 21~32%가 내렸다는 것이다. 사실을 확인해보니 이번에 16.620원으로 오른 중력1등분의 2008년1월 가격은 17.100원으로, 오히려 3년 전이 500원가량 더 비쌌다. 결국 지난 3년 동안 밀가루 값은 내려만 가다가 이번에 9%가량이 올랐지만, 그래도 3년 전 가격보다도 더 싼 편이다. 그렇다면 밀가루 값 인상으로 인한 칼국수 값 인상요인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짝사랑하던 칼국수 가격은 3~4년 전쯤 3500원 정도였던 것이, 그 사이에 4000원으로 오르고, 올해 다시 5000원으로 올랐으니 무려 43%나 인상한 것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에서 밀가루와 칼국수 가격을 비교분석해 본 결과, 실제 밀가루 값 상승이 칼국수 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에 의하면 칼국수 값에서 밀가루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칼국수 한 그릇에 4500원이라고 했을 때, 약200원 정도라는 것이다.



* 고객의 충성심은 마케팅의 종결자

그렇다면 칼국수 한 그릇의 밀가루 값 200원 중에서 9%가 오르면 18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한데 단번에 1000원씩이나 올렸으니 이게 산수의 셈인지, 이때를 빌미로 한몫 챙기자는 속셈인지 알 수가 없다. 설사 칼국수 한 그릇의 원가가 인건비와 점포세를 포함하여 2000원이라고 치자. 그래도 1000원이면 원가의 50%를 올린 셈이다. 하지만 남의 장사 속을 알 수 없으니, 더 간단히 말하자. 4000원짜리 칼국수를 5000원으로 올렸으니, 일시에 25%를 올린 것이다. 이도 저도 다 놔두고 한 가지가 궁금해진다. 그리 전체가격에서 25%나 올렸으면, 직원들 급여도 25%를 올려 줬을까? 하는 것이다. 요즘 거의 모든 해물칼국수 같은 경우 오천 원은 기본이다. 그리고 서울의 유명 칼국수집은 왕만두 2개 곁들여 7~8천 원씩 하는 곳도 있다. 또 요즘 외식하는 사람들이 천원 올랐다고 못 먹을 형편도 아닐 게다. 한데도 굳이 이렇게 수년전 가격 들먹이며 아쉬워하는 것은, 아마 오랫동안 짝사랑 해오던 칼국수집 주인의 정이 그리워서 일게다. 고향의 많은 사람들에게 맛의 향수를 안겨 줬고, 변하지 않는 맛을 지켜 주었던 칼국수인데, 물가인상 소식 때마다 또박또박 칼국수가격을 올려 대니 그게 서운한 것이다. TV를 보면 아직도 자장면과 짬뽕 가격을 2000원, 2500원 받는 집들이 많다. 그 집들이 물가 오른 것을 몰라서, 혹은 어디서 흙 파다 음식 만드는 건 아닐 게다. 뛰는 재료값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마진을 줄여서라도 오랜 단골들에게 情을 담아 팔기 위해서 고통을 견디는 것이다. 손님들은 그러한 주인장의 정이 담긴 마음에 충성하는 것이다. 고객의 충성심은 마케팅의 종결자다. 수출은 잘되고 있지만 국내 서비스산업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장사든 주인장의 진정성을 함께 판매함으로써,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야 말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갈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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