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불감증의 시대
도덕적 불감증의 시대
  • 김우영
  • 승인 2011.05.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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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부산저축은행에서 드러난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저축은행 사태에서의 본질은 저축은행의 고위 임원진의 부도덕성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축은행의 운영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금감원의 역할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금융 산업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유일 기관인 금감원이 그 감독 기능을 소홀히 하고, 로비에 의해 그 불법을 묵인해 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설립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임무는 뒷전이고, 부산저축은행의 임직원은 120개의 위장 법인을 세우고, 4조 6000억원에 이르는 고객 예금을 빼돌려 골프장, 납골당, 선박 등에 투자하였고, 채권이 부실화하면 임직원 친인척 명의의 신용대출로 돌려 막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 검토와 대출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은행이라기보다는 개인사업의 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위장 기업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천문학적 배당금과 월급을 챙겼고, 심지어 대주주의 빚까지 은행이 대신 갚았다고 한다. 은행의 부실화로 영업정지 상태에 이르게 되자, 영업정지 정보를 이용하여 사전에 임직원과 친인척, 고위공직자들이 예금을 인출하고, 나아가 영업정지 이후에도 관련자들의 예금을 인출해 주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5000만원 이내의 예금은 법으로 보호된다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고, 개인당 5000만원을 초과하는 고객 예금 2800억원은 고객의 손실로 처리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부산저축은행에 그치지 않고, 이미 부실화한 여러 저축은행에서 대체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는 의문은 이러한 사태가,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설립된 금융 기관의 전반적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능한지에 있다. 금융감독원은 평상적인 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과 인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시민들이 위임한 것은 그들의 양식과 책임감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 우리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넉달 동안이나 감사를 했음에도 앞서의 총체적인 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할 감사는 부정행위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했다고 한다. 이는 정말 어떤 커넥션을 가정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저축은행의 감사들을 금감원, 경제부처, 정치인 출신을 영입하여, 금감원의 관리, 감독을 무력화하는 로비 창구로 사용하였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기업의 경영진이 그들의 이익을 위한 불법행위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행위가 노출되기 않고 묵인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화될 때이다. 그렇다면 저축은행의 사태의 본질은 저축은행의 고위 임원진의 부도덕성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축은행의 운영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금감원의 감독 소홀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금감원의 공직자들은 그들과 같은 솥밥을 먹었다는 퇴직자들의 로비이든, 정치실력자들의 로비이든 흔들리지 않고 그들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결국은 저축 은행들의 부실, 금융 산업의 부실화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과 책임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사례를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은 IMF 사태와 신용카드 대란에서 보듯,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사태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개인과 경영자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정책 결정과 집행을 미룸으로써, 많은 일반 서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공정사회를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책임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성패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회 내 만연되고 있는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정부는 그 원인과 해결 대책을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4대 필수과목인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병역기피와 선택과목인 논문표절 중에서 몇 가지를 이수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는 나만의 심정이 아닐 것이다. 도덕의 정치화가 아니라, 정치의 도덕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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