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 조장, 선거용
지역갈등 조장, 선거용
  • 최두현
  • 승인 2011.05.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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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논란은 솔직히 신물이 날 정도다. 이전지역이 전북이냐 경남이냐를 두고 몇 년째 지역갈등이 벌어졌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매우 미흡했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경제적 효율성만 놓고 보면,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고는 국가의 효율성과 국민통합, 미래 국가발전 가능성 등이 떨어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이전이 결정되었다. 수도권 지역민들의 반발과 선거에서 표가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정책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조장’하는데 앞장섰다. 여러 차례 밝힌 한국토지주택공사 분산배치 약속을 위반했고, 갈등해결에서 중요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았고, 결정 과정의 공정성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지역갈등 조장의 정치적 효과



지역 간 갈등은 LH만이 아니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문제로 충남과 영호남이 모두 반발하며 2011년 봄 대한민국이 사분오열 되었다. 과학벨트와 관련된 갈등 원인도 LH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이런 지역갈등의 원인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갖는 정치적 효과 혹은 정권이 노리는 계산은 무엇인가 하는 점에 관심이 많다.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인 판단인지 모르지만, 이런 갈등조장의 의도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 간 대결을 조장하고, 호남권을 고립하는 분할 통치전략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불만을 가진 수도권 주민들은 이러한 갈등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역시나 공공기관 이전은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의 피해의식이 정치적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호남에서는 LH와 과학벨트의 영남과 충청권 몰아주기로 호남소외를 자극하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표가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전남북에서는 호남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별 목소리가 커질수록 웃는 사람들은 주로 특정 정당임은 우리 현대정치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당연히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 지역인 영남에서 여권표 결집을 유도하는 정치공학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영남에서도 이런 저런 사건으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식이 크다고 하지만, 실제 선거과정에서 다수의 영남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배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호남에서 민주당을 배신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지역 간 갈등은 한나라당에 수도권과 영남표 결집을 유도하며, 호남은 민주당 텃밭으로 덧칠해 집권 연장을 노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공정하고 정직한 정책결정이 최선



얼마 전 있었던 보궐선거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권은 국민들로부터 신뢰 없는 정부, 경제무능, 민주주의 후퇴, 불통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으며, 쉬울 듯 보이는 대통령선거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고도의 정치놀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구시대 선거전략이다. 지역간 분열을 조장하는 집권 시나리오는 이제 성공하기 어렵다. 국민의 정치의식이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높아졌고, 그런 방식으로 현 정권의 실정을 덮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선거용 전략이 아닌,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받는 정직하고 공정한 일처리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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