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와 교육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와 교육
  • 신판식
  • 승인 2011.05.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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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분실하거나, 휴대폰의 전원이 없었을 때의 황당한 기분을 기억하는가? 갑자기 머리속의 한 부분, 전화번호 기억 부분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실제'이다. 백 개든 만 개든, 집 전화번호이건 은밀히 만나는 가명의 사람의 번호이건 모든 기억기능은 휴대폰이 가지고 있었으니까. 잃었던 휴대폰을 되 찾거나 다시 충전하게 되면 전화번호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게 된다.

PC속에 저장된 정보들은 어떠한가? 일기, 가계부, 가족 사진과 같은 일상생활에서부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기억의 형태로 저장해 두고 있다가, 갑자기 저장된 정보들이 지워져 버리거나,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이 또한 우리 두뇌의 한 부분을 손상 받는 것과 똑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우리 뇌의 기능을 대체하는 도구들이 일상화 되면서, 우리는 기억하는 능력이 없어진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단말기가 출현하면서 우리, 혹은 우리 뇌의 대체도구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도래하고, 인터넷의 검색기능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데 있어 애써 생각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게 되었다. 우리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동안에는 우리 뇌의 기억능력과는 관계없이 검색과 편집을 통하여 지식과 문화의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싫다고 해서, 스마트 단말기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인터넷을 떠나서는, 일상 생활의 상당한부분에 제약을 받게 되는, 즉 생활환경의 일부를 상실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스마트 단말이 제공하는 무한한 기억기능, 지식 탐색기능, 환경인식 및 예측기능, 현실 증강 기능, 사회형성과 소통 기능등 막강한 보조 기능이 부가된 만큼의 확장된 뇌의 기능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스마트 단말은 사용하는 사람의 필요에 의하여 타인의 스마트 단말과 소통을 하며, 통역기능을 사용하는 경우의 두 외국인 사이에 실제 소통은 스마트 단말이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단말 대 단말의 소통이 되는 시대가 도래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뇌의 쓰임새가 달라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의 신체가 육체적 노동동력을 얻기 위해 움직이던 시대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움을 표현 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우리의 얼굴이 개개인의 식별의 기준에서 미의 판단 기준으로 바뀐 것처럼, 뇌의 기능도 학습기억의 기능, 즉 저장소의 기능에서 지식과 정보의 소통의 통로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논점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교육의 분야가 될 것이다. 교육은 미래의 사회를 예측하고, 그 사회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뇌가 훈련되어 사회 구성원들 상호간의 갈등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최적 해법의 제공도 목표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뇌의 기능이 정보와 지식의 저장소에서 통로로 바뀌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학습시킬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학습하도록 할 것인가가 강조되어야 하며, 학습의 결과가 잘 프로그램된 뇌를 만들어 내기 보다는 정보와 지식이 막힘 없이 잘 흐를 수 있도록 억제되지 않고 개방된 마음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에서야 말로 창조와 발명을 만들어내는 필요성이 생물학적 인간의 유일한 경쟁력이 될 것이고, 그 필요성은 마음, 즉 우리 뇌의 CPU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한 정보와 지식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형태의 학습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학습생태계는 보다 완벽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스마트 단말 인프라, 맞춤형 교육 컨텐츠 등을 포함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 사회 등 교육참여 당사자 모두가 장벽 없이 접근 하여 상호 소통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교과서의 형태로 공급되는 교육 컨텐츠의 제작 시에는 TV가 왜 "바보상자"로 불렸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 최대한 학습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양한 마음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시청각 등 다양한 모든 형태로 제공하려는 시도는 가급적 많은 상상의 여백을 남겨 두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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