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석 이철승 선생 회고록 발간
소석 이철승 선생 회고록 발간
  • 강성주
  • 승인 2011.05.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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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현대사 목격, 후대에 올곧게 전하고파"
◆···일제 식민지에 태어나 격동의 시기에 정치인으로 살아온 현대사의 유일한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석(素石) 이철승(90) 선생이 450여 쪽 분량의 회고록 1, 2권을 발간, 오는 23일 오후 4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고향인 전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소석 선생을 만나 회고록을 집필하게 된 이유와 인생관, 바람 등을 들어 봤다.



- 회고록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선 저의 후대를 위해서 이 세상에 왔다 가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지요. 항일투쟁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공헌하신 많은 선배 지도자들이 자기 희생적인 생활로 인해 당대의 역사를 증언하는 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에 관한 기록조차 남기고 가신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애국 선배들의 사랑방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면서 밥상을 나르고 군불을 때며 그 분들의 애국하는 정신과 자세를 배웠습니다. 일제 식민지하에 조선 청년 학도들의 징발령에 반대하기 위해 고이소 조선 총독과의 담판에서부터 반탁반공운동을 거쳐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학생운동 대표로 참여한 저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논란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이 건국됐는지 동시대를 살아온 어느 누구보다 현장에서 더 정확하게 역사를 목격했다고 자부합니다. 정통 역사에 대한 증언이 부족했던 관계로 역사의 변방에 있던 사람들이나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사람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왜곡해 잘못된 역사가 마치 정사(正史)인 것처럼 둔갑해 일부 교과서에 실리고, 후배와 후학들이 배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왜곡되고 호도된 역사를 건국 전후의 산증인으로서 정통 역사, 올바른 역사로 바로 세우고 지미려는 뜻에서 회고록을 집필하려고 했습니다.



- 평생을 정치인으로 생활하게 된 동기와 어려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 저는 전주 북중(전주고의 전신) 때 한국 학생들을 괴롭히던 일본인 학생들을 두들겨 패고, 우리 민족을 경멸했던 일본인 선생을 내동댕이치는 등의 행동으로 병(丙)과 정(丁)의 ‘불령(不逞) 조선 학생’으로 낙인찍혀 제 인생의 길이 이미 중학교 시절에 학적부에 기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족사학 고대 전신인 보성전문 당시에는 강제로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일본의 무조건 항복에 따라 밀선을 타고 구사일생으로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를 해방시킨 미국·영국·소련 연합국의 신탁통치 강요에 반대해 자주, 독립을 달성하기 위한 반탁반공운동의 학생 대표로서 건국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6·25 때에는 학련구국대를 결성·참전해 낙동강 워커라인을 사수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당 정권 시절에는 장기 독재에 항거해 장면 박사의 민주당 정권 수립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16 쿠데타로 고통스런 미국 망명 생활을 해야 했지요. 8년 가깝게 떠돌아다니다가 귀국해 유신 독재정권에 대항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했습니다. 신민당 대표최고위원(당수) 시절에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해 백척간두에 섰던 안보를 지켰습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을 모토로 하는 중도통합의 노선을 주장하다 억울하게 모함을 당했을 때, 대통령 후보와 당 대표 문제로 믿었던 당의 선배와 후배가 저에게 등을 돌렸을 때, 신군부에 의해 두 번째 정치 방학을 강요 당했을 때, 지역주의를 내세운 황색 광풍으로 작은 정치를 떠날 때 많은 시련과 절망을 겪었지요. 그 이후로 민주, 통일이라는 큰 정치에 매진했습니다. 참으로 치열하고 숨가쁘게 살아온 90평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그동안 보람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 제가 젊은 시절부터 평생 지녀 온 염원은 민족의 자주, 독립, 민주 그리고 통일 조국의 실현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대한민국 건국이념으로 삼아 왔고, 그것은 이 나라가 실현하고자 한 목표와도 부합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가치와 목표는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의 과제로 우리 앞에 남아 있지만, 제가 해방 직후부터 이들 이념적 가치의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낌니다. 먼저 조국을 위해 한목숨 바치겠다며 뜻을 세운 지 66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 뜻을 이뤘는가 다시 한 번 되돌아 봅니다. 저의 꿈인 민족의 화합과 조국의 통일이라는 큰 정치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를 극복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제 생전에 자유, 인권, 민주, 통일을 하루속히 보고 싶은 갈망이 절실합니다.



- 후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 우리 선대들이 어떻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는가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조선왕조나 임시정부가 연장된 것이 아니고, 선대들의 피나는 반탁운동과 건국운동에 의해 신생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져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세계 화합을 이룩한 88올림픽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도약 등 단군 이래 최대의 쾌거를 이룩한 대한민국을 그저 즐기려고만 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대한민국 건국이념을 자주·독립·민주·통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므로 건국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위정자들은 선대들의 숭고한 업적을 발판삼아 통일을 완수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합니다.



- 출판기념회를 앞둔 현대사의 증언서 ‘대한민국과 나’에 대한 소감은?

▲ 남기고 떠나는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회한이 가득할 뿐입니다. 이 만큼의 회고록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준 선대와 선배, 모든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애지중지했던 먼저 간 동지들을 항상 그리며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이 분들이 없었더라면 인간 이철승, 정치인 이철승, 자유인 이철승은 없었을 것입니다. 고맙고, 또 고마울 따름입니다.

서울=강성주기자 sjkang@



◇···소석 이철승 회고록 ‘대한민국과 나’

△ 소석 선생의 회고록 ‘대한민국과 나’는 이철승의 현대사 증언1, 2로 나뉜 두 권이다. 현대사 증언(1)은 <제1부 일제, 해방,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1>, <제2부 민주장정>에서 저자의 정신적 뿌리와 반일 저항운동, 반탁과 건국 운동, 반공 투쟁, 건국의 감격과 전국학련 해산, 6·25 동란과 학생 구국 운동, ‘큰 정치’와 ‘작은 정치’, 반독재 투쟁, 거듭된 야당의 불운, 4·19 혁명과 제2공화국, 7년간의 망명 생활, 박정희 군사정권과 40대 기수들 등이 기술되어 있다.

현대사 증언(2)은 <제3부 중도통합의 정치 1>, <제4부 큰 정치>에서 반독재 투쟁의 한계, 이철승 체제의 신민당, 주한미군 철수 저지 외교, 박·이 여야 영수회담, 야당의 첫 총선 승리와 유신체제의 붕괴, ‘작은 정치’ 졸업, 대한민국 정통성 수호 운동, 공산주의 패망의 현장, 김일성의 죽음과 그의 죄과, 탈북자 구원 운동, 아직도 남은 과제 등이 실감있게 소개되어 있다.



*** 소석 선생 인물 사진과 책 표지 사진은 기사와 함께 파일 첨부해 전송하고, 자료 사진은 천리안 메일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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