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예향의 면모--<전북문학관> 건립을 촉구하며-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예향의 면모--<전북문학관> 건립을 촉구하며-①
  • 이동희
  • 승인 2011.05.11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관이 있는 전라북도!’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벅차다. 필자가 문인이어서 그럴까? 뭔가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내세울만한 특징을 꼽자면, 단연 차별화되는 그런 자랑거리를 지니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필자가 지니는 자부심과 긍지가 우리 지역사회의 여론을 주도하거나 결정권을 지닌 인사들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모양이다. 일부 기자들은 문학관의 정체성을 알아보기도 전에 중복과 과용을 걱정하는 기사몰이에 급급하고, 예산 심의권을 지닌 일부 도의원 중에는 그 필요성이나 당연히 수반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숙고하기 전에 경제논리를 앞세워 난색을 표한다.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일까?

전라북도에 문학관이 왜 필요한가? 여러 가시적인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다음 세 가지만으로도 문학관 건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지역사회의 당면 과제라고 생각한다.

첫째 문학은 모든 문화·예술의 원천 질료이자 궁극적 귀결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농경시대를 거쳐 산업시대를 맞아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굴뚝 산업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는 자연스레 기술·정보시대로 사회의 동력을 넘겨주었다. 새로운 21세기야말로 문화·예술의 시대가 오리라는 예언을 검증할 새도 없이 그런 시대가 닥치고 말았다. 이제 문화·예술은 선택 여부를 물을 수 없는 화두가 되었으며, 거부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 되었다.

그 문화와 예술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학이라는 원료가 있어야 한다. 문학이 뿌리요 줄기라면, 문화?예술은 그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이요 열매다. 노랫말(시) 없는 음악이 어디 가당키나 하며, 대본(희곡) 없는 연극, 시나리오 없는 영화가 어디 존재할 수 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을 구축하고 살피는 데는 인색하면서, 무슨 영화제에는 수십억 원을 쏟아 부어도 아까운 줄 모르고 소리축제다 가요제다 해서 소비적 행사비용을 지불하는 데는 못내 용감하다. 문학관은 문화?예술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지, 낭비하고 소비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둘째 문학이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보편적 복지시대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평생교육-평생학습의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실제로 각 대학이나 지역사회, 혹은 자치단체나 개인들이 진행하는 ‘문학창작교실’이나 ‘문예교실’의 배움터에 다수의 수강생들이 몰려 성황을 이룬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경제적 풍요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내적충실을 통해서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자 하는 대중의식의 반영으로 보아야 한다. 이럴 때 지역 자치정부인 전라북도가 나서서 도민들의 수준 높은 평생학습 욕구를 적극 수용하는 역할을 선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공인된 창구로서 문학관이 그런 역할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도민들로 하여금 문화·예술의 향수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

셋째 문학관이 예향이요 문향으로서의 전라북도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산실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광역시도가 저마다 예향이요 예도라고 공언한다. 그러는 사이 정작 예향이자 예도로서의 실제적인 전통성과 뿌리를 지닌 전라북도는 오히려 그 면모와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중앙집권적 권력구도와 맞물려 문화?예술마저 점차 획일화 중앙 집중화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의 참뜻은 어디에 있는가? 획일화, 전체화 되는 중앙집권적 구도를 깨뜨려 다양하고 개별화하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통해서 지역사회를 개성 있고 생산력 높은 창조적 구조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 지방자치의 참 정신일 것이다. 이는 바로 문화·예술의 정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전라북도문학관>을 다른 지역에는 없거나 중앙으로만 몰려드는, 문화·예술의 편식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 그랬을 때 전라북도가 21세기 문화?예술시대를 슬기롭게 선도하는 진취적인 지방정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