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걸음마의 미학(美學)
54. 걸음마의 미학(美學)
  • 문창룡
  • 승인 2011.05.1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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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여행한 일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어디를 가나 보통의 길거리에서도 얼룩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누군가 주인이 있는 말(馬)인 줄 알았다. 이처럼 양, 소, 낙타 등을 제외한 아프리카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이다. 필자가 머무르던 숙소 앞에는 특히 얼룩말들이 많이 있었다. 덕분에 얼룩말이 출산(出産)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광경이었다. 양수가 터지고 삼십여 분(分)이 지나자 아기 얼룩말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기 얼룩말은 몇 번을 비척거리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엄마 얼룩말을 따라 숲으로 갔다. 걷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엄마 얼룩말을 잘도 따라갔다.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걸음을 가르치지 않는다. 얼룩말처럼 곧 바로 걸어서 엄마를 따라 다니지는 못하지만 아기는 뒤집기, 기어 다니기, 집고 일어서기, 걸음마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다. 개인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어떤 학자에 의하면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에서 1,500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에야 비로소 또박또박 걷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때 어떤 부모도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를 꾸지람하거나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다. 실망하거나 낙담하지도 않는다. 걷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도 없다. 오히려 비틀비틀 넘어졌을 때 박수를 치며 깔깔 웃는다. 아기는 좋아하며 웃어주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다시 일어나 걸음마를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누구도 아기의 실패에는 관심이 없다. 반드시 걷게 될 것이라는 확신과 성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가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의 생활 패턴은 달라진다. 믿음을 가지고 확신에 찬 관점에서 아이를 보면 그 가능성은 무한대로 보인다. 아이가 헤쳐 나갈 무수한 공간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까지도 희망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강압적이거나 이미 정해진 틀을 강요하는 교육방법은 옳지 않다.

교과학습에도 같은 관점이 적용된다. ‘7+3=10이다.’라고 가르치는 방법과 ‘7에 어떤 수를 더하면 10이 될까요?’라고 가르치는 것은 같은 것 같으나 완전히 다르다. ‘더해서 10이 되는 두수들을 찾아볼까요?’라고 가르치는 방법은 더욱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 낼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혹시라도 틀린 답을 말해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하며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녀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이 가져야 할 자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녀를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에 데려가기도 하고 자녀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기도 하며 자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개인은 출산, 양육, 교육의 과정을 통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부모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근본적으로 자녀들은 부모를 롤 모델로 삼아 동일시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러기에 부모가 사회구성원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스스로 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 외에도 마음을 보호해주는 일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 자녀의 마음에 생기는 상처는 부모의 욕심과 사려 깊지 못한 말 때문에 생긴다. 자녀를 분노(忿怒)하게 하는 원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걸음마를 시작한 자녀를 응원하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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