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전관예우금지법’의 위헌성
소위 ‘전관예우금지법’의 위헌성
  • 유길종
  • 승인 2011.05.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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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판검사를 퇴직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년 동안 그가 근무했던 법원, 검찰청에 계류된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위 개정안은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을 입법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참고한 전관예우 실태에 관한 자료는 “고위법관 최종근무법원 사건수임사례”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법원장 등의 고위법관들이 수임하였다는 사건 수 자체는 그다지 많다고 할 수 없거니와, 설사 그들이 남들보다 많은 사건을 수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전관예우로 연결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경력이 화려한 변호사를 선호할 것은 당연하고 그들이 남들보다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들이 수임하여 처리한 사건의 내용면에서 전관예우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모르지만, 그들이 남들보다 많이 사건을 선임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을 전관예우라고 단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필자가 보기에 과거에는 전관예우라고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처분들이 간혹 있었지만, 이제는 법원 스스로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전관 변호사들을 역차별하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전관예우 관행의 실체 유무를 떠나 위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먼저, 위 개정안은 전관변호사가 수임할 수 없는 사건을 형사사건으로 제한하지 아니하고, 모든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전관예우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논란이 되고 있고, 민사사건이나 행정사건, 가사사건에서 전관예우가 문제된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하였다. 전관변호사에 대하여 전관예우가 문제되지 않는 사건들까지 포함하여 모든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최소한의 범위를 넘는 과잉입법이다.

둘째로, 위 개정안이 지역법관들의 퇴직 내지 변호사 개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가 되는 것도 문제이다. 지역법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하고 변호사를 개업하는 사람에 대하여 향후 1년간 해당 지역 법원과 검찰청에 계류 중인 일체의 사건의 수임을 금지한다면 그것은 해당 지역에서의 개업을 금지하는 것이고, 이는 지역법관에 대하여는 실질적으로 퇴직을 금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퇴직 후 1년 동안 무엇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라는 말인가?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한 전관예우를 이유로 지역법관에 대하여 퇴직 후 1년간 근무지역에서의 개업을 제한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지역법관을 포함한 모든 법관들에 대하여 정년까지의 근무가 보장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판·검사들의 중도퇴직이 불가피할 것인데, 그들에 대하여 퇴직 후 1년간 그 지역에서 일체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퇴직을 봉쇄하는 것은 재직 중인 판·검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필자는 작년 이맘때쯤 본 지면에 전관예우는 없다는 내용의 글을 쓴 바가 있다. 국민들은 법관들이 전관들을 예우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전관변호사를 찾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고, 전관임을 과시하거나 재판부와의 인적 관계를 과시하며 사건을 유치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사기꾼임이 분명하므로, 결국 전관예우는 미신이거나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원래 법관이 자신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법관의 양식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윤리의 문제이지 법률로 금지하고 강제할 성질의 것이 못된다. 법률로 규율하려면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이번의 변호사법 개정안은 현실의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 내용도 합리적이지 못하여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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