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달 특집> ④뻐꾸기 아이들
<5월 가정의달 특집> ④뻐꾸기 아이들
  • 남형진
  • 승인 2011.05.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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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같이 살아요…네?"
“우리집에 언제 갈 수 있어요? 우리 엄마 언제 와요?”

전주시내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1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 네 살배기 승철(가명)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하는 말이다.

승철이는 하루는 다가오는 주말에 엄마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엄마와 단칸 월세방에서 지내고 다시 일요일 밤이 되면 시설로 돌아와야 하는 승철이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의젓해 보였다.

싱글맘인 승철이 엄마는 남편과 사별한 뒤 생업 전선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승철이를 1년 전 시설에 맡겨야 했다.

1년만 맡기면 어린 아들을 곁으로 데려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세상살이는 그렇게 록녹하지 않았다.

식당일을 열심히 해서 어린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전세방이라도 마련할 요량이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사실에 엄마의 한숨도 깊어만간다.

어린 아들도, 식당일에 지쳐가는 엄마도 남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바람이 된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생계난으로 인해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지는 아동들 가운데는 이른바 뻐꾸기 아동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마다 말 못할 사연이 있겠지만 자식을 시설에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모들의 가슴도 까맣게 멍들어 가기는 마찬가지라는게 시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전주시에 따르면 관내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진 아동들은 18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연고, 다시말해 부모가 있는 아동들이 159명이며 무연고 아동이 27명이다.

부모가 있음에도 시설에 맡겨져야 하는 아동들의 연령층은 생후 1-2개월에서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부모가 이혼으로 인해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가정이 아동들도 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하는 운명에 처한 아이들의 상당수는 시설 관계자들이 따뜻한 손길에서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응 기간이 긴 아동들은 가족과의 이별 아닌 생이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 사회복지 관계자들이 설명이다.

다행히 주말 마다 부모와 함께 외박을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시설에 맡겨진 아동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맡기고 장기간 찾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들에게는 엄마, 아빠와 하룻밤 함께 할 짧은 시간 마저도 허락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주시 사회복지 관계자는 “동사무소를 통해 가정 형편상 자녀를 시설에 맡겨도 되느냐는 문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며 “대부분 일정 기간이 지나 부모들이 경제적 형편이 나아지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민감한 시기에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동들을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엄마랑 지내고 나머지는 시설에서 보내며 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승철이의 모습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남형진기자 hjnam8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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