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물질에서 공포의 물질로 변해버린 석면
불멸의 물질에서 공포의 물질로 변해버린 석면
  • 승인 2011.05.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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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대부분 보릿고개, 초가집 등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우리 귀에 익숙한 새마을 운동 노래이다. 실제로 70년대 접어들면서 초가지붕을 없애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우리네 집들은 탈바꿈하였다. 슬레이트 지붕은 초가지붕처럼 새로 교체할 필요도 없고 비가 많이 와도 걱정이 없었다. 한마디로 그 당시 슬레이트지붕은 완벽한 것이고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로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낡고 오래된 농촌 지역의 주택개량 시 기존 지붕의 슬레이트 철거와 처리가 문제인 것이다. 환경부에서 올해부터 노후 슬레이트에 의한 국민건강 피해 예방을 위하여 농어촌지역의 주택개량 사업 시 심사를 거쳐 일정금액의 보조금을 지원 해주는 “슬레이트 처리 시범사업”을 시행 하고 있다.

그러면 왜 슬레이트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슬레이트 속에 불멸의 물질! 아니 공포의 물질인 석면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석면은 그리스어 아스베스토스(asbestos)에서 유래되었다. 영어로 해석하면 a(not)+sbestos(extinguishable)로 ‘소멸시킬수 없는’ 즉 ‘불멸의 물질’이라는 뜻이다.

석면은 100만 년 전 화산 활동에 의해서 발생된 화성암의 일종으로 천연 자연계에 존재하는 사문석 및 각섬석의 광물에서 채취된 섬유모양의 규산화합물, 실리카, 마크네슘, 물을 주요 성분으로 하는 섬유상의 천연광물이다. 석면은 길고, 가늘고, 강한 섬유로서 쉽게 갈라지고 천으로 만들 수 있으며, 타지 않고, 열에 강하고, 마모 등에 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의 신전에서 램프의 심지로 사용하였으며,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싸는 헝겊으로 로마 사람들은 화상을 입지 않고 불속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하여 왕의 옷을 석면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석면의 다양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구하기 힘들고 다른 천염섬유에 비해 방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1800년까지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가 증기 기관이 본격 개발되면서 수요가 증가되어 1900년대 초에는 건설에서 자동차, 군수품에 이르기까지 약 3,000여 종류에 달하는 공업제품에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 의해 군수물자로 1930년대 중반부터 충남 홍성군, 보령시 등 일대에서 생산되다가 해방과 더불어 중단되었으나 1970년대 지붕개량사업과 더불어 석면 생산이 증가되어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연간 1만 여 톤 이상을 생산하고 한해 9만 여 톤을 수입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이처럼 다용도로 사용하던 석면은 위해성과 피해사례가 나타나면서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 미국, 스웨덴, 일본 등에서 석면 분사재, 단열재, 청석면 수입 등을 금지하였고 2000년대에는 EU 25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청석면, 갈석면의 제조?수입을 금지한 이후 2006년부터 석면을 함유한 시멘트와 자동차부품의 사용을 금지했고 2009년도부터 모든 석면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일반먼지의 경우 사람이 폐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인체는 어느 정도 정화할 수 있으나, 석면 같은 광물질은 일단 몸속으로 들어오면 평생 남아 있으면서 조직세포를 손상시켜 폐암, 석면폐, 악성중피종 등 각종 질병을 일으켜 인간에게 치명적인 건강장애를 유발한다. 석면분진 발생 시 코, 입을 통한 호흡으로 인체 유입 시 10~40년 잠복기를 거쳐 질환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불멸의 물질이었던 석면이 오늘날 죽음의 물질로 변해버렸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미래에 또 어떤 물질이 석면의 전처를 밟을지 모르는 일이다.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와 투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슬레이트판은 삽겹살 등 고기를 구울 때 가장 유용한 불판이었다. 혹시 그때 구워먹은 삽겹살 속에 석면이 녹아들어 내 몸속에 잠복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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