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김미진기자의 jiff리뷰> 숏!숏!숏! 2011 애정만세
(jiff) <김미진기자의 jiff리뷰> 숏!숏!숏! 2011 애정만세
  • 김미진
  • 승인 2011.05.0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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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愛情)의 사전적 풀이는 이성(異性)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애정을 품어도 되는 나이는 법적으로 몇 살일까? 사랑해도 되는, 사랑을 허락받을 수 있는 사회적 위치와 능력, 그리고 자격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5살이 된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젝트 ‘숏!숏!숏!’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 ‘사랑’을 주제로 옴니버스 영화를 엮어내면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장편 데뷔작 ‘똥파리’로 지난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던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 성인 남자와 여고생의 하룻밤이 연애로 이어지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에서 전작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싶었는지 감독은 가벼운 터치로 30대 진철과 여고생 민정의 알듯 말듯 한 사랑이야기를 풀었다.

사실 주민등록증의 숫자는 꽉 찼지만 철이 덜 든 남자가 미성년인지,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여고생을 미성년으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몇 살부터가 누구의 허락 없이도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인지도 모른다. 시원한 맥주와 매콤한 짬뽕을 먹으면서 가까워지는 그 둘의 모습을 풋풋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제도의 틀 속에 갇혀버린 사고의 폭이 안쓰러울 뿐.

하지만, 여고생과 성인남성의 사랑이라는 설정은 자칫 고루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소지가 다분했다. 여고생과 30대 남자, 여고생의 전 남자친구가 등장함과 동시에 이미 극의 전개방향을 대략 예상할 수 있었고 그대로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졸업한 민정이 진철을 다시 찾아가 ‘짬뽕’을 사달라고 외치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유쾌해 지난 시간의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부지영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은 낭만적 사랑의 변방에 위치한 사람을 담았다. 카메라가 머리도 감지 않은 촌스러운 아줌마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따라가니 훗날 자화상이 되지 않을까 보는 내내 심란했다. 남편 뒷바라지에 자식을 낳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시간은 흘러 나이는 먹었고, 돈은 없고, 이렇다 할 명함도 없는 아줌마 순임. 같은 마트에서 근무하는 청년 준영을 짝사랑하는 그녀는 지난 가을 단합대회 장소였던 산정호수를 찾아 홀로 별의별 상상을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 하루 동안, 순임은 풋풋한 사랑놀음을 즐기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마냥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준영과 데이트하는 상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의 오리배를 끌어내기 위해 얼음까지 깨려고 한다. 민망할 정도로 청승맞아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감독은 ‘순임은 지극히 정상이고 그녀의 행동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과연 낭만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나에겐 있나.

김미진기자 mjy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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