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지와 금 보유량
노다지와 금 보유량
  • 김진
  • 승인 2011.04.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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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의 마늘 밭에서 110억 원이란 돈 노다지를 캐는 것을 보며, 1935년 김유정의 소설 <금 따는 콩밭>이 생각 났다. 노다지를 캐겠다는 허황된 꿈으로 멀쩡한 콩밭을 갈아엎어 금을 찾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 또 같은 해에 <황금광 조선>이라는 노래가 유행했었고, 이듬해인 1936년에는 <금 노다지 타령>, 1939년에는 <눈깔 먼 노다지>등 금과 관련된 노래들이 계속해서 유행하게 된다. 이때의 ‘눈깔 먼 노다지’란 노래가 지금도 <노다지 타령>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래들이 암시하듯 한국에도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와 같은 진짜 금 노다지를 캐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노다지타령이 유행하던 1939년의 금 생산량은 29.1톤이나 되었고, 1937년부터 1942년까지의 평균생산량도 연간 22톤에 달한다. 금 22톤을 현재 시세로 보면 71만 온스로 1조 원이 넘는다. 36년이란 긴 식민통치 기간 중에서, 이때 6년간의 채금 량만 해도 무려 132톤에 달하니, 가히 금 노다지 바람이 불었던 시대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 노다지의 어원

일설에 의하면 노다지라는 말은 1887년 평안도 청천강 상류의 운산금광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미국인 제임스 모스가 채굴한 금에 손대지 말라고 'no touch'라고 외치던 것을 한국인 광부들 사이에서 ‘노다지’로 전해진 것이다. 당시 연간 22톤이란 엄청난 양의 금이 생산되었지만 우리 것은 없었다. 직산금광은 일본인 시부사와, 은산금광은 영국인 모르겐, 당고개 금광은 독일인 월터, 동광은 청나라 강진황 등 많은 채굴권을 외국인들이 갖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노다지란 말이 생겨났던 그 운산금광이 다시 일본인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다지란 말이 생겨난 지 꼭 100년 만인 1987년에 북한으로부터 일본의 미쓰이상사가 개발권을 따낸 것이다. 폐광이었지만 금값이 오르고 채굴기술이 발달하니, 채산성이 맞나 보다.



* 금 보유량 늘려 ‘쩐의 전쟁’에 대비해야

GDP 20위권의 국가들은 외환보유액 중에서 평균 22.6%를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기축통화 국가들의 금 보유 비율은 60~70%에 이른다. 한데 한국만 유독 외환보유고의 0.2%인 14.4t만을 금으로 가지고 있다. 세계의 전체 금 보유량은 3만534t인데, 한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로 세계 7위 규모인 반면 금 비중은 0.04%에 불과한 57위이다. 중국은 최근10년 사이에 금 보유량을 3배나 늘려 2010년 말 현재 1054톤을 가지고 있고, 러시아와 일본 역시 700톤이 훨씬 넘는 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금값이 6배나 올랐으니 그들 나라의 국부 증식규모는 배 아플 정도다. 실제로 8133톤의 금을 보유해온 미국은 앉아서 수천억 달러를 번 셈이다. 한국이 외환을 운영하면서 순이익을 거둔 경우는 2003년, 2007년, 2008년 3번에 불과하다. 나머지 7년은 외환을 보유하기 위한 이자부담으로 적자를 낸 것이다. 지난 10년간 연말기준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평균을 산출해보니 2047억 달러였다. 만약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국가들만큼만 금을 보유했다면, 그 금값은 말할 수 없이 불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외환보유고가 가장 낮았던 2001년의 1025억 달러를 기준으로 22.6%인 230억 달러어치만 금으로 가지고 있었더라도, 지금 그 금값은 1400억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격언이 있다. 금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지금의 추세는 달러에 대한 위협이 해소 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행이 왜 79년 이후 30년 동안 금을 사지 않고 0.2%의 금만을 보유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젠 우리도 국제적인 추세에 올라타 금보유량을 늘림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금 가치의 추가적인 상승에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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