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염원 280Km 마라톤 이끈 김호서 도의장
LH염원 280Km 마라톤 이끈 김호서 도의장
  • 박기홍
  • 승인 2011.04.22 15: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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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염원 새시며 죽을 각오로 뛰었죠
김호서 도의회 의장의 얼굴엔 약간 피곤한 기색이 숨어있었다. 280km는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마라톤 코스인 42.195km의 무려 6.6배에 해당한다. 이 ‘죽음의 대장정’을, 그야말로 죽도록 9일 동안 뛰었으니 후유증이 없을 리 만무하다. 다리에 무리가 와 약간 절기도 했다. 하지만 22일 만난 그의 눈빛은 마라톤 이전보다 훨씬 강렬했다. 이글거리는 ‘LH 분산배치’ 의지는 작열하는 태양을 연상케 했다. 도의원들의 마라톤 대장정을 이끌었던 김 의장을 만나 그간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마라톤 후유증이 있을 것 같다.

“모두 한 차례 이상의 고비를 맞았다. 마라톤을 종료한 후 의원마다 ‘긴장의 끈이 풀리니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발목의 인대가 늘어나 고생하는 의원도 있고, 온몸이 매로 맞은 것 같이 아프다는 의원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더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산배치는 전북의 명운과 선(線)이 닿는 현안이다. 현안을 위해 끝까지 뛰고 또 뛰겠다는 생각만 했다. 덕분에 많은 것을 얻고 많은 상념에 빠질 수 있었다.”

-무엇을 얻었는가.

“LH 분산배치 당위성을 타 시·도민에게 설파하고 전국적 이슈화로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280km를 뛰어가며 충청권과 경기권 5곳 광역단체를 방문했는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충청권에선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박수를 쳐주었다. 이번 기회에 도의원들의 결속을 확실하게 다진 것도 성과다. 의회직은 갈등이 상존하게 마련인데 마라톤 대장정을 통해 모두가 하나로 거듭났다. 처음엔 머뭇거렸던 의원들이 나중엔 더욱 열심히 뛰더라.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솔직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LH 문제가 태풍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는 말에 의원총회를 가졌다. 여기서 10여 가지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마라톤과 청와대 1인 시위 등 3가지만 직접 압축했고, 부의장단을 설득했다. 280km를 뛰어가자니 처음엔 놀라더라. 불가능하다, 힘들다, 이런 반대부터,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책임질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강행했다.”

-인간적 고뇌도 있었을 법 하다.

“15명 안팎의 의원들이 토끼조와 거북이조로 나뉘어 번갈아 가며 뛰었다. 하루 8∼10시간씩 뛰고 또 뛰다 보니 매일 저녁 피곤함에 쩔어 언제 잤는지 모르게 곯아 떨어졌다. 생각해 보라. 아침엔 설렁탕 한 그릇, 점심엔 국도변 식당에서 대충 때우고 하루 종일 뛴다는 것을. 어떤 땐 비빔 국수에 삶은 계란 몇 개 먹고 뛰어야 했다. 탈진한 동료의원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 제공하지 못했을 때 인간적 번뇌를 느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마라톤을 시작한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사나흘 뒤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동료 의원들의 다리가 퉁퉁 붓고 탈진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는 의원들도 나왔다. 수도권에 갈수록 숙박도 쉽지 않았다. 밤 11시 이후에 들어오라는 숙소도 있어 찜질방에서 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마라톤 일주일째, 그러니까 의왕에서 과천으로 뛰는 6.4km의 거리가 너무 힘들었다. 위액이 올라와 목에 걸리고 뒷머리도 뻑적지근했다. ‘이러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속이 너무 울렁거려 저녁밥을 한 숟갈도 뜨지 못했다.”

-고통 속에서 동료애가 피어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그랬다. 방 한 개에 서너 명씩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등에 파스를 붙여주고 어깨도 주물러 주며 안마를 해줬다. 고생하면서 돈독한 정이 생겼다. 마라톤 팀도 그랬지만 청와대 1인 시위 팀도 함께 고생하며 숙식을 같이 하다 보니 서로 통하는 생각과 위하는 마음이 커졌다.

-정현율 행정부지사가 마라톤팀을 찾아갔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던데….

“내 기억에 정 부지사가 지난 14일 새벽 6시 30분께 조치원 부근의 숙소 현장을 방문했다. 의원들은 완전히 녹다운된 상태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었다. 정 부지사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파스 냄새가 진동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더라. 다들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

-동부산악권 도의원들도 많이 동참했다.

“그랬다. 도민들의 뜻에 따라 한마음 한 뜻이 된 것이다.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동부산악권 의원들의 경우 지역 민원인들로부터 ‘왜 우리 지역 일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뛰느냐’는 투의 전화도 많았다. 빨리 와서 지역행사에 참석하라는 압박도 받은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위해 열심히 참여하고 뛰었다.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이제 작은 불씨를 찾았을 뿐이다. 집행부가 중앙정부와 싸우는 덴 한계가 명확하다. 자유롭지 않은 대목도 많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도 열심히 하겠지만 대정부를 향해 도민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정부를 향해 아닌 것은 ‘노(No!)’라고 과감히 말하고, 국회에도 협조를 적극 요청하는 등 지방의회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LH 일괄이전 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가.

“그렇다. 현재 도의회 안에 ‘법률대응반’을 만들어 각종 법적 대응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필요에 따라선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헌법소원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만약 정부가 LH를 일괄이전할 경우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나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역할도 묵살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2009년 11월 26일 정부의 방침은 분산배치이며, 경남에 분산배치 안을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할 방침이다.”

-균형발전 의무 문제를 제기한다고 들었다.

“헌법 제123조엔 ‘국가는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정부의 균형발전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 혁신도시의 선도기관인 토공이 타지역으로 이전된다면 이는 헌법적 명령을 무시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어필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전주지방변호사회와 긴밀하게 상의하고 논의해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승소 가능성은 있는가.

“법조계에선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 전주변호사회와 유기적 협조 아래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

“도의회는 ‘마라톤 대장정’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280km 마라톤을 뛰며 의원마다 배려와 결속, 단합, 비장, 각오 등등, 이런 단어들을 아로새겼다. 앞으로 주민의 뜻을 확고히, 제대로 대변하겠다. 주민들은 말이 아닌 행동에 박수를 쳐주었다. 더욱 민심을 받들고 행동하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박기홍기자 k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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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 2011-04-24 21:41:00
도의원들 이번일은 국케의원보다 10배는 잘했슴니다.
1234 2011-04-24 21:39:00
너무 고생 하셧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