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본 전북 정치> <13>전패위공(轉敗爲功)
<사자성어로 본 전북 정치> <13>전패위공(轉敗爲功)
  • 박기홍
  • 승인 2011.04.05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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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려야 얻는다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계기로 만든다는 뜻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행보가 이와 비슷하다. 대선 패배와 낭인 생활, 민주당 탈당과 복당, 그리고 다시 대권 도전 등 정치 역정은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정(鄭)의 전쟁’과, 전패(轉敗)를 위공(爲功)으로 전환하기 위한 숙제를 전통시장의 ‘상인 3인 대화록’을 통해 조명해본다.



-상인 S씨: 저는 정치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과 아쉬움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그 가운데엔 전북의 스타 정동영(DY) 최고위원이 서있지요.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전북 출신이란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DY는 3김이 정치를 좌우했던 한국판 클래식 정치를 끝낸 장본인입니다.

-상인 K씨: 저도 그렇습니다. DY는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엔, 낙하산 공천 방식을 상향식으로 바꿔 당원과 국민에게 힘을 주었지요. 정치 거목들은 영어 이니셜이 이름을 대신합니다. DJ, YS, JP 다음이 바로 DY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MB보다 앞서 DY란 이니셜이 세간에 오르내린 것은, 그만큼 정치적 인기를 반증한 것이지 않을까요. 한때 대권 잠룡 후보들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전북 출신 최초의 여당 대권후보였지요. 아, 자랑스럽죠.

-상인 C: 어찌 보면 DY는 타고난 ‘정치적 천재’입니다. 순발력과 판단력, 통찰력, 직감력 등등,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질이 있다면, DY는 이를 모두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호소력 짙은 설득 화법에 천지를 울리는 연설력, 목표를 향한 불굴의 의지도 대단합니다. 왜, 작년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밝히자 주변 참모들 반응이 어떠했는지 아십니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기를 쓰고’ 말렸다고 합니다. 민주당 대권 후보였던 그가 탈당과 복당을 거듭하며 정치적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DY는 밀어붙였고, 주변 예상을 깨고 손학규 대표에 이어 2위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DY의 추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S씨: 이런 DY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어서 안타깝습니다. 한 수 아래로 낮춰 봤을 법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보다 대선 후보 지지율은 떨어져 있고, 그것도 수년 째 한 자릿수에서 맴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고향에서 영향력이 현저히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선의 당 대변인 시절, 정권교체를 외쳤던 DY가 지금은 복지와 통일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런 DY에게 국민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보다 한자릿수의 지지율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C씨: 아마 모르긴 해도 정치적 연륜과 함께 성장해야 할 정치적 폭과 깊이가 달라지지 않은 것이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주당 일부에는 손학규 대표를 한나라당에서 ‘굴러온 돌’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DY가 창당한 열린우리당과 구 민주당이 합쳐 탄생했습니다. 따라서 손 대표가 ‘굴러온 돌’이라면 DY는 자연스럽게 ‘박힌 돌’이 되겠지요. 민주당의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분위기입니다. 정치적 전략이든 술수가 됐든 손 대표의 나를 버리는 정치적 희생이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손 대표는 얼마 전엔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K씨: 저는 정치인의 덕목을 다른 곳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왜, 월드컵 원정 첫 16강 위업을 달성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억나시죠.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세계 축구의 변방이 아님을 보여준 중심에는 ‘캡틴 박’ 박지성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에서 결국 성공이라는 것은 나를 버려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버려야 얻는다‘는 말이 가슴에 쏙 들어왔습니다. 왜 이런 말도 있잖습니까. 민심은 화석처럼 굳어 있지 않다고. 수시로 변하고 판을 뒤집기도 합니다.

-S씨: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정치인은 실패가 없으면 반성이 없고, 반성하지 않으면 넓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DY를 보면 대선 패배 이후 민심에 다가서며 외연을 넓히려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다 하나쯤 더하면 어떨까요. DY가 정치적 순발력과 권력에 대한 불굴의 의지 대신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는, 그리고 포용의 정치를 기대하는 것 말입니다.

박기홍 기자, 서울=전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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