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이 본 한국인의 인상 이야기
서양인이 본 한국인의 인상 이야기
  • 유춘택
  • 승인 2011.04.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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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관조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로마의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나 미국의 수필가 월터 페이터의 『페이터의 산문』에 보면 인간을 작은 먼지에 비유해 거대한 우주의 편린으로 표현했다. 사람이 사람을 평하는 것 역시 조심성이 뒤따르는 작업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존엄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경외로움도 있다. 이제 몇 분 서양인의 벽안에 비친 한국인에 대한 평을 자료로 잠시 우리 한국인을 점검해볼 기회를 갖고자한다.

19세기말 프랑스 신부 클로드 샤를 달레는 『한국 천주교회사』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나라에 숨어 들어와 선교활동을 하다가 천주교 박해 당시 목숨을 잃은 샤스땡, 베르뉴 신부 등이 써 보낸 보고서를 토대로 엮은 책이었다.

그 책에서 프랑스 신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에 대하여 아주 흥미로운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들은 첫째, “한국인들은 인간 사랑의 법칙을 선천적으로 존중하고 이를 서로 돕는 정신을 통하여 나날이 실천하기 때문에 현대문명의 이기주의에 물든 다른 어떤 국민들 보다 우위에 있다.”고 하였다. 둘째로는, “한국인들이 손님대접을 하는 것을 보면 신성한 의무처럼 극진히 하며 친구 대접 또한 그와 같다.”고 하고, 셋째로는, “한국인은 육체적 고통을 잘 참으며 육체적 피로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민족은 결코 나약하거나 비겁하지 않으며 유능한 간부만 있다면 훌륭한 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신부들은 이러한 장점을 전제로 한 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단점도 들었는데 첫째,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무척 정열적이지만 남녀 간의 참다운 사랑은 찾아보기 힘들다. 남녀 간의 풍기문란은 모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고 정조관념 역시 희박하다.” 둘째, “한국인은 돈에 악착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돈이 생기면 마구 써 버린다.” 셋째,”한국인의 성격은 완고하고 까다롭고 화를 잘 내며 복수심이 강하다. 그 예의 하나가 화가 치밀면 쉽게 목을 매거나 물에 뛰어들어 자기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한국인의 성격적 결함으로 과음 과식하는 것, 자기가 아는 것을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 모임에서 모두 큰 소리로 떠드는 것 등을 들었다.

그런가하면 영국의 지리학자로 그 당시 우리나라를 네 번이나 방문했던 이사벨라 루시 버드 여사는 『한국과 그 이웃』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인은 처음 보았을 때는 정직하지 못하고 무식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청결을 좋아하고 멋이 있으며 정직하고 친절하며 그 어느 국민보다도 높은 학문적 수준과 교육열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국인이 만약 정직한 관리와 재산권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제도만 가질 수 있다면 세계적으로 훌륭한 국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고종황제의 외교고문으로 와 있던 미국인 윌리엄 프랭클린 샌즈도 “한국인은 절제 있는 통치자와 관대하고 정직한 관리의 지배만 받을 수 있다면 훌륭한 국민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비숍 여사와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개화기 무렵의 외국인 들이 본 우리의 모습은 우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장점으로 창의성, 인내심, 낙천성, 그리고 사랑과 친절을 들고 있는데 프랑스 신부들은 인간애와 손님 환대, 강인성, 용기를 들고 있다. 우리 자신은 우리의 단점으로 형식주의, 당파와 당쟁, 의타심, 단결력의 부족 등을 꼽고 있는데 비하여 그들은 풍기문란과 경제도덕의 부재, 낭비성, 조급함, 떠들썩함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것은 우리들의 전통적인 입장과 외국인들의 기독교적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을 원님이 공공연하게 기생을 거느리고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첩을 거느릴 수 있었던 그 시절의 풍속을 보고 그들이 기절할 듯이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그들은 비교적 정확하고 고마운 충고를 해준 셈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날카로운 지적도 들어 있다. 그리고 먼 데서 왔던 손님들의 충고를 정중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주인된 자의 도리이자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변천과 유무형의 발전이 가져온 동서 문화의 가치관의 차이 등을 고려해서 온 세계가 선망하는, 진일보한 미래의 바람직한 한국인상 정립에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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