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감독 "하승진 있어 재밌긴 한데..."
허재감독 "하승진 있어 재밌긴 한데..."
  • 신중식
  • 승인 2011.03.3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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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전 앞두고 지나친 쇼맨십 한편으론 걱정
프로 데뷔 이래 3시즌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하승진(26 · 전주 KCC)의 화끈한 세리머니였다.

30일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94-77로 KCC가 앞선 경기종료 58초전, 하승진이 깜짝슛을 선보였다. 임재현이 찔러준 공을 왼쪽 코너에서 받아든 하승진은 3점슛 라인 뒤쪽에서 슛을 날렸고 공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림을 출렁였다. 하승진의 프로 데뷔 이래 첫 3점포였다.

올해로 프로 세 시즌째를 맞고 있는 하승진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단 한번도 3점슛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 승리가 결정된 상황에서 부담없이 던질 수 있었던 하승진의 3점슛은 그의 유일한 3점슛 시도이자 성공으로 기록됐다.

더욱이 하승진은 이날 원핸드, 투핸드 할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덩크슛을 작렬, 5개를 성공시켰고 2009년4월8일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이 작성한 플레이오프 통산 한 경기 최다 덩크슛(4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같은 하승진의 모습에 KCC 허재 감독은 '허허'하고 웃었다. 이어 "하승진 같은 선수가 있어 KBL 농구가 재미있는 거다.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승진의 '쇼맨십'은 허 감독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하승진은 지난해 1월30일 KBL 올스타전 루키챌린지(1,2년차 경기)에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하승진의 부재는 2연패를 노리던 KCC의 발목을 잡았다.

허재 감독은 당시 왼쪽 종아리 근육을 잡아주는 인대가 늘어났다는 진단을 받고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해 온 하승진의 루키챌린지 출전을 만류했었다. 분위기메이커를 자청하는 하승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터라 하승진이 이벤트 경기라 해도 '설렁설렁'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벤치에만 앉아 있으라"는 허 감독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하승진은 출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허 감독은 당시 하승진이 출전하는 2년차팀의 코치를 맡은 KCC 김광 코치에게 "하승진을 잠깐만 뛰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코트에 들어서기 무섭게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흥분한 하승진은 결국 우려대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안고 나왔다.

30일 라커룸에서 만난 허 감독은 "승진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다쳤을까봐 가슴이 철렁철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승진은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게 없다. 승진이가 넘어지면 진짜 넘어지는 거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4강에 안착한 KCC의 중요한 열쇠다. 207cm 장신 센터 서장훈과 198cm의 혼혈 포워드 문태종이 버틴 4강 상대 전자랜드는 KCC가 신장의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팀이기 때문. 하승진의 패기 넘치는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걱정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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