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정치권, 침묵만 지킬 것인가
전북정치권, 침묵만 지킬 것인가
  • 임환
  • 승인 2011.03.2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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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대체 전북 정치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일해 달라고 뽑아 놓았으나 도통 그렇지 않다는 불만과 반발이다. 정치권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싸늘한 눈길엔 실망과 포기의 마음이 담겨 있어 예사롭지 않다.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은 유권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대의 민주주의다. 지역민이 분노하면 정치인은 분노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 주민과 호흡하면서 발로 뛰고 주민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도내 정치권은 지역 현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따라서 즉시대응성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소극적 자세에, 지역발전을 위한 투쟁성도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광주가 얼마 전에 ‘연구개발(R&D) 특구’를 유치해 2015년까지 5천억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던 때도, 지역에선 이런 말들이 나왔다. 말이 5천억 원이지, 전북의 한해 예산이 3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천문학적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특구 유치를 위해 광주와 경합해온 전북 입장에서 보면 가슴이 답답할 노릇이다.

작년 7월 말에 수출형 원자로의 후보지로 부산 기장이 선정됐을 때도, 지역 정치권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 사업에만 2천500억 원이 투입되고, 부산은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방사선 의료산업 메카를 향해 뚜벅뚜벅 걷게 됐다. 최근엔 신공항 유치를 위해 부산 정치권이 똘똘 뭉치는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부산과 끝까지 경합구도에 있었던 전북 입장에서 보면, 좋은 기회를 한번 잃은 셈이 된다.

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만 봐도 전북과 광주의 정치권 대응성은 극과 극을 달렸다. 자신을 낳아주고 정치적으로 성장시켜준 지역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는 광주 정치권의 모습을 목도할 때, 부러움을 넘어 신경질까지 나곤 했다. 도대체 우린 뭐야? 민주당 당론만 있고 전북의 민심은 없단 말인가? 같은 당론을 놓고 한쪽은 똘똘 뭉쳐 지역의 목소리를 냈고, 다른 쪽은 점잖 빼며 물러서는 모습이라니. 결국 전북도는 과학벨트를 스스로 포기했고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의 화폐수급 업무가 광주에 통폐합될 위기에 처해 있고, 심지어 전주전파관리소마저 흡수통합될 처지에 놓여 있다. 호남 안에서 전북 기관들이 흔적조차 없이 지워질 적신호 상황에 부딪혀 있는데 도내 정치권은 적당히 관심을 쏟거나 성명서 한 장 달랑 내놓고 할 말을 다했다는 투다.

가관인 것은 전북 현안을 짓밟는 처사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는 도내 정치권의 양반 모습이다. 광주.전남이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에 시비를 걸고 나왔지만 이에 항의하는 도내 정치권의 목소리를 아직 접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무안공항 활성화에 방해가 되니 정부가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을 막아달라고 공개적으로 정부에 건의했다. 민주당 광주시당도 때맞춰 지역의 목소리를 내고 군산공항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 더 이상 전북의 희생 강요를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전북 정치권이 전혀 입을 열지 않는 모습이다.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니 한 대 맞더라도 꾹 참아야 한다는 논리인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침묵을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유권자들은 지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라고 표를 찍어 준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당리당략에 민감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 따진다면, 민심을 스스로 발로 차는 꼴이 될 것이다. 비록 중앙당과 대립각을 형성하더라도 지역을 위해 할 말을 해야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광주.전남권의 발목걸기에 전북 정치인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두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는 주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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