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나라의 착한 국민들
착한 나라의 착한 국민들
  • 김진
  • 승인 2011.03.2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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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전쟁과 반전쟁」에서 ‘인류의 역사 중 지구상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 3주뿐’이었다고 했다. 지금도 리비아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듯이 말이다. 흔히들 전쟁은 인간 사회의 모순이 폭발하는 역사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이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한다면, 전쟁의 배경이 되는 사회·문화·정치적 현상들이 특정 경제적 상황이나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를 역사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인류가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한 1만5천 년 중에 물건이 남아돌던 시대는 없었다. 최소한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생산이 수요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늘 양식을 포함한 모든 물건이 부족했기에, 부족함을 메우려는 여러 환경이 전쟁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치약하나만 팔려 해도 마케팅을 들먹이며, 수 십 종류가 경쟁해야 하는 시대의 기업들이 보기에는 참 부러운 시대였을 것 같다. 마치 지금 재난을 당한 일본의 경우처럼 생수나 기름, 각종 생필품들이 공급이 모자라 줄을 서는 마당에 무슨 마케팅이 필요하겠는가!



* 일본 만의 엄격한 삶의 방식과 배려

물론 지금도 세계인구 65억 명 중에서 10억 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산업선진국들은 사정이 다르다. 7%성장, 4만 불 소득, 세계경제 7위를 이루겠다던 MB의 747공약은 이륙조차 못했지만, 학생들은 점심시간마다 배식하는 이에게 ‘밥을 적게 달라’고 주문한다. 옷이나 신발은 헤져서 바꾸는 법이 없다. 각종브랜드가 이끄는 유행에 따르거나 신상품을 선호할 뿐이다. 컴퓨터 같은 고가품 역시 고장보다는 단지 사양이 뒤쳐진다는 게 교체의 가장 큰 이유다. 물건이 넘쳐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한국 참 많이 컸다.’ GDP 13위, 조선 산업 경쟁력 1위, 자동차 생산량 5위, 세계경쟁력 11위에 더해 군사력 또한 9위다. 한데 잘나가다가 걸리는 데가 있다. 2010년에 조사된 세계 기부 지수를 보면 한국이 81위로 나왔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 1위, 캐나다·아일랜드가 공동 3위, 스위스·미국이 공동 5위에 올랐다. 이들 선진국 외에도 스리랑카(8위), 라오스·시에라리온(공동 11위) 등 저개발 국가들에도 훨씬 뒤처지는 순위다. 한데 더 놀라운 것은 일본은 119위. 중국은 꼴찌에 가까운 147위였다. 이를 봤을 때, 일본이나 중국의 기부문화는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일본국민들이 한류스타들의 통 큰 기부와 한국국민들의 줄을 이은 기부행렬을 보며 감동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인들이 남들과 살아가는 방법, 즉 문화의 차이일 뿐이지 결코 선행에 인색해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 우리국민들의 나눔 방식

일본을 가장 정확히 묘사했다는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에서도 서구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잘 묘사되어 있다. 한데 그 이중적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위선이나 가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지진참사 중에도 볼 수 있듯이 그들만의 엄격한 삶의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인내가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부에는 물질도 있고, 자원봉사도 있고, 기아나 환경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박애적기부도 있다. 넓은 세상에는 그러한 다양한 사랑을 나눠야 할 일도 참 많다. 하지만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했다. 우리가 아이티 지진 때보다 일본의 지진에 더 적극적인 것은, 역사의 악연을 잊어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가까운 곳의, 닮은 사람들의 일이기 때문일 게다. 과거사의 아픔이 가장 깊이 맺힌 광복회까지도 나서서 성금을 기탁하는 우리국민들의 정(情) 나눔을 보면서, <착한나라의 착한국민들이 福 받는 것>이 정의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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