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확산이 변화를 부른다
공감의 확산이 변화를 부른다
  • 김우영
  • 승인 2011.03.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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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촌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는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공감의 확산에 기인한다.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청년 실업율과 빈곤, 식료품과 주거비 등 생활비의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 호소에서 시작하였다. 고통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장기적인 집권에 따른 부정부패와 소통의 부재에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그들의 호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반독재, 반정부 시위로 번져,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장기 집권의 종식을 가져 오게 하였다.

우리는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북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서아프리카로 ,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순조롭게 전파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요지부동으로 버티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최근의 리비아 사태에서 확인한다. 중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재스민의 향기가 퍼지는 것은 아마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극히 짧은 시간 안에 튀니지에서의 변화가, 서구식 민주 정치 체제의 확립, 2차 대전 후 패전국과 식민지 독립국가들의 민주화, 그리고 남유럽, 남미, 아시아, 동유럽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자유민주주주의의 확산 과정에서 제4의 물결로 일컬어지는 사태로 까지 번지는 것에서 시대적 변화를 예감한다.

일본의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의 대 재앙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전 세계적인 관심과 구호의 손길에서도 우리는 또한 시대의 변화를 보고 있다. 일본의 재난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 곱지 않은 감정을 가졌던 국가와 사람들도 이를 접어 두고, 그들의 고통을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를 벌이던 정신대 대책위원회에서도 그들의 고통에 대해서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한류 스타들과 기업들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450억원을 넘어선 성금 모금도 예상치 못한 감동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생존자를 구호하기 위한 구조대의 활동에 대한 참여도 전 지구적이다. 원전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안전을 뒷전으로 한, 자위대의 대원들, 일본 원전의 직원 181 명에 대한 성원도 놀랍다. 181명의 결사대로 비유되는 그들의 행위는, 영웅적인 노력으로, 전 지구적인 관심과 성원의 대상으로 공감된다. 일본인의 재난과 고통이 실시간으로 세계인들의 재난과 고통으로 공감되고, 그들을 구호하기 위한 참여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실행되는 현상에서 우리는 이 시대가 새로운 시대임을 예감한다.

우리는 이러한 공감적 현상에서, 인간은 본래적으로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근대 사회의 믿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고전이 된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긴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다윈이 말하는, ‘자연 선택’의 단위가 유전자이며 생물의 다양한 성질은, 유전자의 생존이나 증식에 유리하도록 진화되어왔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인간 역시 적자 생존에 유리한 본성을 진화시켜 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의 역사를 인간의 ‘공감적 특성’이 진화해 온 과정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는 인간에게는 이기적 적대적 경쟁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의 고통과 행복을 자신의 것인 양 느끼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감(empathy) 의식과 유대감이 인간 본성에 더 강하게 내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인류의 문명을 공감의 문명으로 파악한다. 문명의 진전은 공감의 확장 과정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적대적 경쟁을 통해서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사회 체제에서 이제 분산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협업적 사회체제로 나아가고 있고, 그러한 사회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공감적 관계의 능력을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근대 사회를 지탱해 온 소유와 경쟁의 문명, 부와 권력의 독점 현상이 쉽게 종식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자율성에 근거하여, 냉정하고 자족적인 상태를 추구하는 근대적 개인 의식에서 벗어나, 소통과 공존, 유대를 추구하는 공감적, 협력적 개인 의식으로 나아갈 때, 근대 사회의 위기적 상황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재스민 혁명의 확산과 국제적 지원에서, 일본의 재난구조에 대한 전 지구적인 참여에서, 공감의 확산이 국지적인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 올지 예상하는 것은 성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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